물바람숲
바닥에 모래와 돌이 깔린 맑은 여울에 사는 쉬리라는 아름다운 물고기가 있다. 세계에서 한반도에 1속 1종만 있는 고유종인데다 등에서 배 쪽으로 흑남색, 황남색, 갈색, 황색, 짙은 갈색, 은색 띠가 색동 줄무늬처럼 화려해 널리 사랑받는 담수어다. 그런데 낙동강과 섬진강에 사는 쉬리는 무늬와 색깔, 유전적으로 달라 별개의 종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송하윤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박사과정생과 방인철 교수는 국제학술지 <동물 분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하천에 분포하는 쉬리를 한강과 금강 수계 등에 분포하는 기존 쉬리와 구분한 신종으로 보고하고 ‘참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참쉬리는 쉬리와 지느러미 무늬, 몸빛깔, 혼인색 등이 다르며 유전적으로 뚜렷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쉬리가 황금색을 띤다면 참쉬리는 청록색이다. 참쉬리의 학명(코리오류시스쿠스 아에루기노스)도 ‘청록 쉬리’란 뜻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를 분석해 쉬리와 참쉬리가 두 종으로 나뉜 시기를 약 3790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송씨는 “이 결과는 쉬리와 참쉬리가 한반도의 윤곽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한반도에 적응해 진화한 담수어류의 하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솟으면서 양쪽의 쉬리가 격리돼 두 종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분자계통 및 집단유전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민물고기 분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갈겨니는 남부 수계의 갈겨니와 한강 등 그 밖의 물줄기에 사는 참갈겨니로 나뉘었고, 새코미꾸리도 낙동강의 것은 얼룩새코미꾸리로 재분류됐다.
송씨는 “낙동강 상류 황지천은 참쉬리만 사는 곳인데 이곳에 다른 하천의 쉬리를 풀어놓아 교잡이 발생하고 있다. 오랜 기간 종은 달라졌지만 생식적인 격리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오염’이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송하윤씨 제공
쉬리.
참쉬리의 모습. 기존 쉬리와는 종이 다른데, 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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