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비늘돔.
물바람숲
열대와 아열대 얕은 바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물고기의 하나가 파랑비늘돔이다. 초록이나 파랑 바탕에 분홍빛 무늬가 선명한 이 물고기는 산호나 바위 표면을 부지런히 깨뜨려 먹는다. 이 과정에서 산호의 증식을 돕고 산호 표면에 조류가 너무 자라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산호의 건강을 지키는 물고기다.
이에 더해 파랑비늘돔의 새로운 생태적 기능이 발견됐다. 이 물고기가 배설하는 모래가 산호섬의 주성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호섬을 유지하고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꾼인 셈이다.
크리스 페리 영국 엑서터대학 교수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지질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파랑비늘돔이 산호섬 형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산호섬은 오로지 산호에서 나온 퇴적물로만 만들어진다. 연구자들이 인도양에 있는 몰디브의 바카루 섬에서 측정한 결과 파랑비늘돔이 전체 퇴적물의 85% 이상을 만들어냈다. 산호나 암석 ㎡당 5.7㎏의 모래를 형성했다. 이는 파랑비늘돔이 산호 표면을 삼킨 뒤 조류 등 먹는 부분을 뺀 나머지를 배설하면서 나온 것이다.
페리 교수는 “산호섬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며 “파랑비늘돔 집단과 서식지를 잘 보호하는 것이 몰디브 산호섬에 퇴적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산호는 해양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거점으로 연간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30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광범한 백화현상과 함께 수온 상승으로 인한 질병 확산, 오염과 환경 파괴가 겹쳐 5억 인구의 생계가 달려 있는 산호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파랑비늘돔은 전세계에 약 90종이 있으며 앵무새 부리처럼 이가 달렸고, 대부분이 암컷으로 태어나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리처드 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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