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판다.
물바람숲
자이언트판다(대왕판다)는 인기 있는 전시동물이자 생물 다양성 보전의 상징이다. 귀여운 외모와 함께 느린 동작과 대나무만 먹는 채식 습성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판다는 게을러 보인다. 느릿느릿 움직이고 하루 14시간 이상을 대나무 줄기와 잎을 먹는 데 보낸다. 사육 판다는 잠에서 깬 뒤 활동시간의 3분의 1, 야생 판다는 절반 동안만 돌아다닌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15.5m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판다의 게으른 생활방식은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으로 영양가 없는 대나무를 먹고 살아야 하는 판다가 선택한 마지막 생존수단임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 연구자들은 사육과 야생 자이언트판다의 움직임을 위성으로 추적하고 배설물과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판다가 영양가 낮은 대나무를 먹고 살아남는 비결은 몸의 신진대사를 낮추고 장기의 크기를 줄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10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판다가 비슷한 크기의 동물에 견줘 38%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계산했다.
이를 위해 판다는 몸의 대사를 극도로 낮추어 대사율은 코알라보다 낮고 나무늘보와 비슷했다. 판다가 이런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갑상선 호르몬 생산과 관련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동면하는 곰보다 낮고, 사람이라면 갑상선 저하증을 일으킬 수준의 낮은 호르몬 분비로 대사를 낮출 수 있었다. 또 판다의 장기도 다른 곰에 비해 뇌가 83%, 간이 63%, 콩팥 75% 등으로 작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판다는 육식동물의 소화관을 지녀 짧은데다 섬유소를 분해하는 장내세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이 최근 다른 중국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다. 200만년 전 잡식 곰으로부터 진화한 판다는 대나무를 하루에 12.5㎏이나 먹는데, 소화율은 17%에 그쳐 먹은 대나무의 대부분을 그대로 배설한다. 이런 ‘진화의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판다는 게으름을 선택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사진 웨이푸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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