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급증·부정시비·소수만 혜택 등 논란 많아
제도 폐지 대신 장애수당 올리기로 방침 변경
제도 폐지 대신 장애수당 올리기로 방침 변경
장애인 차량 엘피지 지원 제도는 이렇다할 장애인 복지정책이 거의 없는 가운데 그나마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정책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예산급증으로 지속적 운영이 어려운데다 소수만 혜택을 본다는 등의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장애수당을 올리기로 방침을 세운 데는 이 제도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75%는 원천적으로 지원 못받아=먼저 장애인들한테서까지 불만을 산 대목은 소수의 장애인들만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등록 장애인은 대략 174만명. 이 가운데 엘피지 차량을 갖고 있는 장애인은 25%인 44만명에 불과하다. 전체의 75%가 원천적으로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미등록 장애인까지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소득과 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지원이 이뤄져 형평성 논란까지 낳고 있다. 도시가계평균소득(311만원/4인)보다 소득이 많은 5만1천명의 고소득 장애인도 지원을 받는다. 2500cc이상의 대형 승용차를 소유한 장애인 1만9천명도 역시 지원 대상이다. 반면에 정작 이동권 보호를 위해 교통비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30만명(전체 장애인의 17%) 등 저소득 장애인의 상당수는 아무런 지원을 못받는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기초수급자 장애인의 91%, 차상위계층 장애인의 83%는 차량을 살 형편이 안돼 엘피지 지원을 못받고 있다. 이동이 더 어려운 중증장애인(28%)보다 경증 장애인(72%)위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부정사용 시비 등 민원많아=여기에 과다사용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또 장애인 본인 보다 보호자(45%)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 중단을 요구하거나 또는 단속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았다. 일부 장애인 보호자의 경우에는 장애인이 사망한 뒤에도 모른 체 하며 지원받는 사례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는 장애인과 보호자의 문제라기 보다 제도 자체의 문제와,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시·군·구가 사실상 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6일 부정수급 사례들을 적발하고 지원금을 환수조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 편중된데다 급증해=예산의 편중도 문제다. 복지부의 장애인 예산은 5270억원이다. 엘피지 지원 예산은 복지부 예산의 52%에 해당하는 2715억원에 이른다. 전체 장애인 복지 예산의 절반이 이 사업을 위해서만 쓰이는 것이다. 지원 차량도 나날이 느는데다 대상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원 차량 수는 2001년 21만7천대에서 2004년 35만 6천대로 늘었다. 정부는 2010년에는 68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1년 대비 3.6배나 느는 수치다. 이러니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2003년 1984억원에서 2006년 2715억원으로 는데다 2010년에는 3604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문에 그동안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산업자원부 등은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국회도 예산편중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애인 정책의 질적 전환 필요=엘피지 지원제도는 더욱이 에너지특별회계 상의 사업으로 돼 있어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 이러니 책정된 예산의 범위에 따라 지원금액이 오르락내리락 하는데다 지속성도 어렵다. 더욱이 장애인 복지 전체의 균형이란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여기에 퍼부으니 정작 필요한 소득보장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실질적인 소득보장과 일자리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한마디로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장애인 가구는 보통 비장애인 가구보다 소득이 현저히 낮다. 월평균 소득을 보면 154만원 정도로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52% 수준이다. 여기에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도 든다. 평균 15.5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런 실정은 장애인 대책의 획기적인 질적 도약의 필요성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실질적인 소득보장쪽으로 정책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장애인 종합대책을 뒤늦게나마 마련하고자 한 데는 바로 이런 배경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변용찬 박사는 “현재의 장애인 엘피지 지원 사업은 한정된 재원과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지속가능한 제도가 아니어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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