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 자유 침해"vs"국가의 장애인 보호 의무가 더 중요"
안마사 자격을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시각장애인만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마사지업계 종사자들이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또다시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25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도록 한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자 생계가 막막해진 시각장애인들이 전국에서 장기간 시위를 벌이고 일부는 자살하면서 가열된 `안마사 자격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마사지업에 종사하는 유모씨 등 7명, 이틀 뒤인 29일 송모씨 등 86명과 강모씨 등 234명이 "개정된 의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개정 의료법 조항은 안마사 자격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에게만 주도록 한 61조 1항이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앞으로 고등학교에 준하는 특수학교에서 안마 시술 관련 교육과정을 거친 시각장애인이나 중졸 이상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수련과정을 마친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딸 수 있다.
그러나 마사지업계 종사자들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개정 의료법은 위헌결정된 안마사 규칙 중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부분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으로 바꿨을 뿐 본질적 내용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비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마업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조항이 규칙에서 법률로 바뀌면서 법률유보원칙 위반의 하자가 치유됐는지 몰라도 내용이 동일해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하자는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내놨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ㆍ균형성이 있어야 하며 기본권 제한도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입법자들과 마찬가지로 개정 의료법이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비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보다 국가의 장애인 보호 의무를 담은 헌법 규정을 실현한 법률로 평가된다. 헌재도 장애인 보호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권보다 신체장애인 등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헌법정신을 고려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존중한 법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직업 선택에 극히 제한을 받는 현실을 감안해 특정 직업을 독점적으로 갖도록 보장하고 있다.
윤영철 전 헌재 소장도 지난달 15일 퇴임하며 "헌재의 결정은 신체장애인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고 밝히는 등 비장애인의 권리보다 국가가 장애인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만 딸 수 있도록 규정한 안마사 규칙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놨던 7명의 재판관 중 윤영철 전 소장과 권 성 재판관 등 4명이 퇴임하고 소수자 인권 보호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새로운 재판관들이 헌재에 포진한 만큼 향후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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