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수술’ 받은 자매 등 30여명 감동의 앙상블
“동방신기 오빠하고 원더걸스 언니들이 좋아요.” 동방신기와 원더걸스 노래를 즐겨 듣고 4년째 클라리넷 연주를 배우고 있는 수민이(13)와 민지(11) 자매는 모두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부르는 소리를 잘 못 알아채긴 해도 큰 소리에는 곧잘 시선을 돌리는 수민이를 보며 어머니 정혜진(39)씨는 ‘말이 트이는 게 좀 늦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수민이가 5살 때 병원에서 ‘고도난청’ 상태라는 판정을 처음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소리는 못 듣고도 진동으로 느끼고 반응했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인공와우 수술’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재활 치료까지 1억여원에 이르는 치료비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인공와우 수술이란 달팽이관에서 뇌로 이어지는 청각 신경에다 ‘집음기’를 연결하는 수술이다. 이들은 2000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세상의 소리를 되찾았다. 대신 수민와 민지는 머리 속에 심어 놓은 자석에 1㎏에 이르는 착탈식 집음기를 평생 붙이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도 민지는 “어릴 때부터 붙이고 살아서 많이 무거운 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수영장 같은데 가면 떼야 하니까 잘 안 들려서 불편해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이들이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까닭은 집음기계를 통해 들을 때 클라리넷 소리가 인간의 음색과 가장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독주가 아닌 앙상블을 하는 이유도 청각과 함께 언어를 되찾은 어린이들에게 함께 연주하고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 적응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청각장애 어린이들에게 인공와우 수술과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랑의 달팽이’ 재단(대표 김민자)은 수민이와 민지를 포함해, 28명의 어린이들에게 소리를 되찾아 주고, 음악을 연주할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사랑의 달팽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500여 관객들 앞에서 ‘사랑의 119 행사’를 열었다(사진). 이들 30여명의 클라리넷 앙상블팀에게는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장 큰 무대였다.
글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사진 ‘사랑의 달팽이’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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