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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인 투표율 높아지는데 정부 시설지원은 ‘뒷걸음질’

등록 2010-05-18 21:34수정 2010-05-19 17:04

지난 17일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앞마당에 만들어진 상설 모의투표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투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가 찍힌 특수용지 안에 일반 투표지가 들어있는 투표 용지를 사용한다.(오른쪽) 아름다운재단 제공
지난 17일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앞마당에 만들어진 상설 모의투표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투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가 찍힌 특수용지 안에 일반 투표지가 들어있는 투표 용지를 사용한다.(오른쪽) 아름다운재단 제공
15대 대선 60%→17대 73%…시민단체, 투표연습 지원
점자공보 불리하게 바꾸고…선거홍보영상 자막도 없어
“여기 만져지죠? 이번 선거는 총 8장 투표해야 하고요, 우선 4장의 용지에 투표를 먼저하세요.”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백중흠 팀장의 안내에 따라 배진희(46·시각장애 1급)씨가 투표소에 들어섰다. 배씨가 받아든 것은 점자가 찍힌 특수 용지 안에 일반 투표용지가 끼워진 시각장애인용 투표용지였다. “1번, 2번…” 투표소에서 점자로 후보들의 기호를 읽던 배씨가 구멍을 찾아 기표용구로 ‘도장’을 찍었지만, 엉뚱한 곳에 찍혔다. 4장 가운데 구멍 안에 정확히 기표가 된 것은 단 한 장이었다.

“지난번에는 가족이랑 같이 와서 가족이 찍으라고 하는 사람을 찍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열심히 연습해서 직접 투표할 겁니다.” 기표 연습에 열중하는 배씨의 손끝에 파란 잉크가 잔뜩 묻었다.

지난 17일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앞마당에는 7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투표 연습을 하느라 분주했다. 복지관은 장애인 투표의 활성화를 위해 아름다운재단이 벌이고 있는 ‘투표장 가는 길’ 사업을 지원받아 지난 3월부터 상설 모의투표장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의 백중흠 팀장은 “시각장애인은 사전에 점자 투표용지의 사용법을 익히고 가야 실제 투표장에서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런 훈련을 받지 못해 대리투표를 한다”며 “투표장과 똑같은 곳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시각장애인들도 원활하게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장애인들의 선거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장애인들의 투표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전국 투표율은 15대 때 80.7%에서 17대 때 63%로 낮아졌지만, 장애인들의 투표율은 15대 때 60.1%, 16대 때 66.4%, 17대 때 72.9%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휠체어 등이 올라갈 수 없는 2층 투표소에 비판에 쏟아지면서 18대 총선에선 투표소의 95.7%가 1층에 설치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장애인들을 위한 투표 지원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투표소에 점자 투표용지가 지급되지만 투표 진행요원이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잦다. 배씨처럼 미리 연습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기표해 무효표가 될 수 있다.

올해 초 개정된 선거법의 ‘점자형 선거공보는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의 매수 이내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제65조)은 장애인들에게서 오히려 ‘선거권 보장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0지방선거 장애인연대 문종군 총괄팀장은 “점자로 공보를 만들면 매수가 1.5~2배 증가하는데도 선거법은 일반 공보와 매수를 같게 하도록 규정했다”며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적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선거 홍보 영상에 수화와 한글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이 선거 정보를 제대로 접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장애인을 위한 투표 지원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장애인정책연구소 김정렬 소장은 “2009년 16개 시·도 전체예산 가운데 장애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평균보다 10배 이상 낮다”고 말했다.

한편,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민선 4기 광역단체장의 장애인 분야 공약이행률을 조사했더니 86개 공약 가운데 이행된 것은 38개로 44.2%에 불과했다.

대구/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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