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의료전문기자·의사
김양중의건강과사회
<이재담 교수의 간추린 의학의 역사>를 보면 병원에서 수술 받는 것이 워털루 전쟁에 참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19세기 초 서구 사회라면 가능했다. 당시 마취법이 보급되면서 외과 수술이 한층 발전했고 많이 시도됐지만, 오히려 더 많은 환자들이 죽음에 이른 것이다. 그 이유는 의료인들이 세균의 존재는 물론, 자신들에 의해 세균이 환자에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병원에서의 세균 감염은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츠 필립 젬멜바이스가 수술 등의 치료에 앞서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면서 상당 부분 해결 된다. 그 뒤 20세기에 들어서서 항생제의 발견으로 이런 세균 감염이 일어나도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손 씻기, 항생제 등의 서양의학 기술이 전파된 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감염병 치료에 큰 전환을 이뤄냈다. 전염병만 생겼다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던 것을 봐 왔던 사람들은 항생제의 효과에 감동을 받았다. 노인들 가운데 어디가 아프든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항생제의 약칭 ‘마이신’을 찾게 된 이유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뒤 항생제 오·남용 시대를 거치면서 현재는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세균의 내성 획득을 염려하게 됐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각 병·의원의 감기에 대해 항생제 처방 비율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세균에 효과를 가지는 항생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얻게 된 셈이고 이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항생제 처방 비율 공개에 덧붙여 추가로 조사되고 밝혀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병원별, 지역별 세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이다. 의사들이 예방적 차원, 잘못된 신념 등 여러 이유로 처방한 항생제로 인해 병원별, 지역별 항생제 내성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조사로 올바른 항생제 처방 방법도 나올 수 있다.
내성으로 항생제가 쓸모없게 된 사람은 다시 세균들 앞에 무력한 존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또 항생제 이전에도 손 씻기 같은 위생 습관으로 감염병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 모두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양중 의사·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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