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뒤 맞이한 첫 휴일인 7일 전남 함평군 엑스포공원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국향대전’에서 많은 시민들이 국화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뒤 서서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늘고 병상가동률 역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입원율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 20만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정부는 화이자와도 7만명분에 대한 구매약관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설명을 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4명이었고,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2155명이었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05명으로 전날보다 6명 줄었고,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병상가동률은 57.9%를 나타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늘면서 경기도의 병상가동률은 77.6%에 이르렀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멈추는 ‘비상계획’ 발동조건으로 언급한 ‘병상가동률 75%’를 웃돌게 된 것이다. 정부가 지난 5일 수도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준중증 치료 병상 402개 등에 대한 병상확보 행정명령과 예비행정명령을 내렸지만, 현장에선 병상확보만으로는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의사는 “정부는 병상이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경기 지역의 위중증 환자들이 병상이 없다며 인천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5천명까지 발생해도 괜찮다고 했던 정부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이자는 지난 5일(현지시각)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임상시험 결과를 누리집에 공개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에서 고위험군 코로나19 확진자 389명에게 증상 발현 뒤 3일 안에 팍스로비드를 투약했는데, 28일 동안 3명이 병원에 입원(입원율 0.8%)했고 사망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치료제를 투약하지 않은 대조군(385명)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27명이 병원에 입원(입원율 7%)했고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이자는 이러한 시험 결과를 토대로 팍스로비드가 입원·사망률을 89%까지 낮췄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달 25일까지 제출해 심사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선 올해 말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8만명이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2100만명분이 복용할 치료제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제약사 머크에 이어 화이자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높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본사에 걸린 이 회사 로고. 뉴욕/AP 연합뉴스
지난달 1일 또 다른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SD)사는 또 다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775명 임상시험을 중간 분석한 결과,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을 50% 낮춰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팍스로비드는 복용해야 하는 알약 개수(5일 동안 30개)가 몰누피라비르(40개)에 견줘 적어서 환자들에게 복용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머크사는 몰누피라비르의 가격을 700달러(한화 약 83만원)로 책정했는데, 화이자도 고소득 선진국에 대해선 머크사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해 한국도 팍스로비드를 700달러에 가까운 금액으로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두 회사로부터 27만명분의 먹는 치료제 확보 단계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부는 내년 1월까지 40만4천명분의 코로나19 경구 치료제를 확보할 계획으로, 몰누피라비르 20만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과 팍스로비드 7만명분에 대한 구매 약관을 체결했다”며 “나머지 13만4천명분은 협의 중으로 11월에 확정할 예정이고, 필요한 예산도 11월 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확진자는 늘고 병상도 부족해지겠지만, 치료제가 도입되면 마스크·백신·치료제 조합을 무기로 큰 혼란 없이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매 약관은 계약을 하기에 앞서 구매 수량과 가격, 일정 등 큰 줄기에 대해 명시하고 서명하는 것으로, 먹는 치료제처럼 구매하려는 국가들이 많을 때 먼저 약관을 체결해두면 선점 효과가 있어서 사실상 계약과 같이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게 질병관리청 쪽의 설명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만들어진 몰누피라비르에 견줘 코로나19를 겨냥해서 만든 항바이러스제인 팍스로비나가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에서 보듯 임상에서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물량의 치료제를 도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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