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전담병상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의 중증도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감염에서 회복된 환자들을 일반 병상 등 하급 병상으로 신속하게 ‘스텝 다운’하거나 비수도권 병원으로 전원해 수도권에 비상이 걸린 병상 부족에 대비하기로 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병상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권 1차장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중환자의학회의 협조를 받아 중환자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 위주로 입원이 되도록 (병상) 배정과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치료가 종료됐거나 경증환자로서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 전원·퇴원을 거부하는 경우는 (입원)비용을 (환자)자부담하는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앞서 권 1차장은 김부겸 중대본 본부장(국무총리)이 주재하는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과의 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의료대응 강화대책’을 보고했다.
정부의 조처는 전날 <한겨레>가 보도한 ‘
꽉 들어찬 수도권 중증 병상…‘28%’는 옮겨서 치료할 만’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방역당국은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방역대책을 조정하고 있다. 이날 확진자 수는 3034명으로 전날(3292명) 보단 258명 줄었으나, 위중증 환자수는 499명으로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가능하다고 발표했던 500명에 육박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8.2%(687개 병상 가운데 537개)로 ‘비상계획’ 검토 기준인 75%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병원들을 중환자 병상 확보에 적극 참여시키는 대책으로는 ‘인센티브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코로나19 중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환자를 보내는 병원에) 전원 의뢰비와 이송비를 지원하고, 환자를 이송받는 병원에도 일부 입원료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 (병상 효율화에) 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중등증 환자는 평균적으로 10일을 입원하는데 5일 만에 상태가 나아지면 (퇴원하더라도) 나머지 5일에 대한 입원료의 일부를 (병원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병상배정과 관련해 병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날 김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한겨레>에 “현재 일선 병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싶어도 중앙사고수습본부(복지부)의 허락을 받고 움직여야 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원장들이 될수 있으면 상급종합병원이 주위의 중소병원과 협력해서 가까운 병상에 스텝 다운 할 수 있게 자율권을 줄 것을 요구했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5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수도권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별개로 거점전담병원 2곳(165병상), 감염병전담병원 2곳(85병상)을 추가로 지정해 동원가능 병상을 늘렸다. 또 의료기관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음압격리병실당 입원 환자 수도 늘리기로 했다. 앞서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통해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동원하기로 한 준중증 병상 452개와 중등증 병상 692개 등 총 1144개 병상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확보되기 시작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 1통제관은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리면 4주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첫 2주는 현재 있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음압 등 공조시설을 하고, 나머지 2주일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지난 5일 내렸던 행정명령에 따른 병상을 확보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오늘 상급종합병원장 22분에게도 부탁을 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대본 회의에선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해 재택치료·생활치료센터·감염병전담병상 등의 환자 배치 의사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문제도 논의됐다. 복지부 중수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1일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당시 ‘0명’이었던 수도권 병상 배정 대기자 수가 이날 0시 기준 520명으로 늘었다. 전날(423명)에 견줘 97명이 증가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확진)초기에 중증도 평가를 잘해서 적절한 병원을 잘 선택해서 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중환자의학회와 같이 자문위원회를 만들어서 이러한 평가의 질을 높이고 재원적정성평가도 실시하겠다”며 “확진환자의 초기평가와 병상배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원을 보충하고 체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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