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이가 어머니 윤미식씨와 함께 저시력예방센터를 찾아 저시력 보조기구를 이용해 책을 읽고 있다.
■ 저시력증 앓는 준석군
“특수한 렌즈를 써야 칠판 글씨를 읽을 수 있지만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공부해요.”
윤미식(34·경기 부천시 심곡동)씨는 저시력인 아들 준석(7)이가 올해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저시력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준석을 놀리지나 않을까 해서다. 저시력은 아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실명과는 다르지만 안경 등을 써도 시력이 0.3~0.05에 불과하다. 때문에 보통 책을 볼 때도 특수한 돋보기를 쓰며, 칠판 글씨를 보려면 망원경 비슷한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예전에 놀이방 등에서 생활 할 때 다행히 준석이가 아이들과 잘 어울려요. 학교 생활도 잘 해 내리라 믿어요.”
준석이의 저시력은 뇌수종으로부터 시작됐다. 준석이는 뇌 안에 물이 차는 뇌수종을 갖고 태어났다. 윤씨는 “처음에는 머리에 혹이 달린 것처럼 좀 튀어 나왔다고만 생각했다”며 “100일쯤 지나고 보니 머리도 못 가누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질병을 진단받았고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뇌 조직이 눌렸으며, 특히 눈의 운동과 시력에 관계 되는 시신경이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혹 시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뇌 수술을 받은 뒤 앉고 일어서는 등의 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실제 눈이 한쪽으로 몰리고 떨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어릴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거의 없어진다는 설명에 많이 놀랐거든요.”
그 뒤 준석이는 큰 병원에 다니면서 특수 돋보기 등과 같은 저시력 보조기구 사용법을 배웠다. 아이들은 스스로 글이나 책을 읽지 않으므로 억지로 이를 시켜야 하는 윤씨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큰 병원에서는 훈련 시간도 짧았다. 윤씨는 “아이들이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데, 다른 아이들도 순서를 기다리니 오래 훈련을 받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준석이가 보조기구를 사용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자원봉사자를 만나게 됐다. 여러 달 글을 배웠으며, 덕분에 5살 정도에 한글을 깨치게 됐다. 지난해 7월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한국실명예방재단의 저시력상담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는 금요일마다 여유있게 한 시간씩 보조기구 사용법과 책 읽는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상담센터 임은혜 간사는 “준석이가 성격이 무척 밝아 열심히 배우려 해서 보기 흐뭇하다”고 말했다. 구본술(안과 전문의) 실명예방재단 명예회장은 “저시력인 아이들이 일찍부터 보조기구 사용법을 배우면 좀 불편하다 뿐이지 안경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일상생활이 지장이 없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를 강조했다. 타고난 뇌수종 수술 뒤 저시력
특수돋보기·자원봉사자 도움으로 글 배우고 학교 입학 앞둬 준석이의 일상생활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훨씬 불편하다. 보조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낯선 길이나 계단 등을 혼자 다니기 어렵다. 때로는 보는 것보다 만져서 확인하는 것이 편할 때도 있다. 윤씨는 “다행히 이번에 입학할 초등학교에는 특수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어 상담도 해 주고 학교 시설도 준석이가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고려해 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취학 통지서를 보낸 첫번째 학교에서는 특수 교사도 저시력에 대해 잘 몰라 상담에 애를 먹었다. 윤씨는 “준석이도 시력장애 2급이지만 저시력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배려를 덜 받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준석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나 몸무게가 조금 덜 나간다. 다행히 음식은 뭐든지 잘 먹는다. 특히 고기류를 좋아한다. 성격도 활달해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 실명예방재단 김신자 사무국장은 “준석이는 일반 초등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면서 생활할 것”이라며 “저시력과 같은 문제도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다행히 준석이가 보조기구를 사용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자원봉사자를 만나게 됐다. 여러 달 글을 배웠으며, 덕분에 5살 정도에 한글을 깨치게 됐다. 지난해 7월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한국실명예방재단의 저시력상담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는 금요일마다 여유있게 한 시간씩 보조기구 사용법과 책 읽는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상담센터 임은혜 간사는 “준석이가 성격이 무척 밝아 열심히 배우려 해서 보기 흐뭇하다”고 말했다. 구본술(안과 전문의) 실명예방재단 명예회장은 “저시력인 아이들이 일찍부터 보조기구 사용법을 배우면 좀 불편하다 뿐이지 안경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일상생활이 지장이 없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를 강조했다. 타고난 뇌수종 수술 뒤 저시력
특수돋보기·자원봉사자 도움으로 글 배우고 학교 입학 앞둬 준석이의 일상생활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훨씬 불편하다. 보조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낯선 길이나 계단 등을 혼자 다니기 어렵다. 때로는 보는 것보다 만져서 확인하는 것이 편할 때도 있다. 윤씨는 “다행히 이번에 입학할 초등학교에는 특수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어 상담도 해 주고 학교 시설도 준석이가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고려해 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취학 통지서를 보낸 첫번째 학교에서는 특수 교사도 저시력에 대해 잘 몰라 상담에 애를 먹었다. 윤씨는 “준석이도 시력장애 2급이지만 저시력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배려를 덜 받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준석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나 몸무게가 조금 덜 나간다. 다행히 음식은 뭐든지 잘 먹는다. 특히 고기류를 좋아한다. 성격도 활달해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 실명예방재단 김신자 사무국장은 “준석이는 일반 초등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면서 생활할 것”이라며 “저시력과 같은 문제도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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