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설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검출해 내는 진단키트를 보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하루 감염자 수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30일부터 오미크론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검사가 실시됨에 따라 신종 변이 감염자 수도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9일 0시 기준으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109명으로 확인돼 누적 감염자 수가 558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일 국내에서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뒤 가장 많다. 오미크론 신규 감염자 가운데 69명은 해외(미국발 46명, 영국발 4명, 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캐나다·헝가리발 각 2명, 멕시코·모로코·몰타·스페인·아랍에미리트·아르헨티나·우간다·인도·케냐·탄자니아·필리핀발 각 1명)에서 입국하는 과정에서 확인됐고, 40명은 국내에서 지역감염으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 “방역 강화 등으로 7주간 악화됐던 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했으나, 델타 변이보다 전파율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사회 빠른 확산 가능성, 국내 우세종화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도 델타(변이)를 대체해서 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오미크론의 위험성 전반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된 자료들이 많지 않아 종합적인 평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30일부터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에 보급되는 신종 PCR 검사 시약 사용으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진자가 빠르게 늘(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더 많은 양의 검체에 대해 변이 감염 여부를 3∼4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질병관리청에서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판단했는데, 검사에 3∼5일이 소요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검사량이 많아지면서 오미크론 확진자 규모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처럼 (변이 감염) 확정 사례와 역학적 연관(변이 감염 의심) 사례를 같이 집계하는 것은 이번 주말이 되면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방역의 불안요소로 남아있어 정부는 아프리카 11개국에서 오는 단기체류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내년 2월3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 입국자의 사전 PCR 음성 확인서 적용 기준을 ‘(확인서)발급일 이후 72시간’에서 ‘검사일 이후 72시간’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감염자 증가에도 전체 확진자 규모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한 확진자는 5409명(국내 5283명, 국외유입 126명)으로, ‘수요일 효과’로 전날 3865명보다는 늘었지만 지난주 수요일(7456명)에 견줘 확진자가 2천명 넘게 줄었다. 아울러 지난달 3일 이후 56일 만에 처음으로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대기하는 감염 환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확진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위중증 환자가 1151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아 정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9일째 1천명을 웃돌았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74.9%(전날 오후 5시 기준)로 정부가 ‘비상계획’ 발동 조건으로 언급했던 75% 밑으로 떨어졌으나, 서울·수도권의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78.7%로 여전히 높다.
또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늘고 있어 당국이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경남의 하루 확진자 수는 265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았는데, 전국 환자 가운데 경남이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10일 사이 2.93%에서 4.9%로 빠르게 늘었다. 부산·경남 지역의 위중증 환자는 137명으로 전국 위중증 환자(1151명) 중 11.9%를 차지하는데, 이는 확진자 비중(9.8%)보다 다소 크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중환자 병상가동률도 경남(83.7%)과 부산(84.38%)에서 80%를 넘었다. 상대적으로 요양시설에서의 고령층 집단감염이 많았던 것이 이유로 꼽힌다. 손 반장은 “전국 평균에 비해서 (영남이) 다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확진자 규모 혹은 고령층 (감염) 규모와 의료체계 여력들을 계속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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