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인터뷰
“중앙 중심은 현재 상황 대응 못해
정부는 집단감염 등에 신경 쓰고
지역병원·보건소·정부 역할 나눠야”
“중앙 중심은 현재 상황 대응 못해
정부는 집단감염 등에 신경 쓰고
지역병원·보건소·정부 역할 나눠야”

지난해 11월 경기도청 구관2층 브리핑룸에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온라인으로 코로나19 방역 역량 집중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보건소가 병원에 확진자 통보하면
병원이 비대면·대면 환자 진료 뒤
중증도 따라 입원·재택 치료 정해 ―안성시 모델을 설명한다면? “키워드로 정리하면 지역화·효율화·정상화다. 그동안은 방역과 진료가 혼재돼 왔다. 보건소의 역할은 전파를 막는 방역의 역할이다. 안성시 모델은 안성시 보건소가 확진자를 병원을 배정하고, 의료적 판단은 기존의 일반 진료 체계처럼 병원과 확진자 간에 이뤄지는 모형이다. 안성시 보건소는 기초역학조사만 진행한 뒤 자료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넘기고, 안성병원은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다. 의료진의 판단 하에 저위험군은 재택치료를 하게 하고, 고위험군은 대면진료를 통해 재택치료 혹은 입원하도록 한다. 입원할지, 퇴원할지, 팍스로비드를 먹어야 할지 등은 지역 의료진이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방역과 진료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돼 행정 낭비를 줄인다. 중앙 정부도 그동안 배분을 위해서 모든 확진자의 정보를 파악해야 했다면, 이제는 모든 의료 정보가 중앙으로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안성시 보건소는 심층역학조사, 물품지원, 조제약 수령 등 방역의 역할만 하면 된다. 중수본은 특수사례나 시설집단감염 등만 챙기면 되는 구조다.” ―기존 의료 체계, 어떤 한계점 있을지? “기존의 방역체계는 중앙 중심적 모델이다. 중앙이 전부 분배하고, 방역하는 모델이다. 중앙 정부로 모든 확진자의 의료 정보 등이 몰리다보니 느려지고, 필요한 진료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앙 정부가 상대해야 하는 보건소가 수도권만해도 70여개다. 그 보건소를 다 관리하고, 수십 개의 생활치료센터와 수백 개의 병원과 소통해야 하다보니 속도가 날 방법이 없다. 의료 서비스 접근을 하기에 느린 체계라고 볼 수 있다. 확진자 7백명대는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7천명대는 너무 힘들고, 7만명대는 말도 안되는 체계인 것이다. 확진자 수만명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보건소는 전화가 불통이 될 수밖에 없다.” ―‘안성시 모델’의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더 많은 확진자도 관리할 수 있다. 중앙 정부와 보건소, 병원이 각각의 역할을 하다보면 업무 과정을 간소화하고 이송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지역병원은 대면 진료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안성시는 이송수단을 지원하면서 기존의 입원 기반에서 외래 기반으로 체계 전환이 가능하다. 시범 운영을 통해서 복잡한 과정을 다 삭제하고도 제대로 운영이 되며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내용을 증명해보려고 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 해야할지? “외래 입원 환자는 지역 의원이 맡고, 중환자는 상급 종합병원이 소화할 수 있다. 다만, 집단 감염 등 특수한 상황들은 중앙 정부나 거점 전담병원 등 대규모 시설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헬스케어(건강 관리) 시스템이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의 대체제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제 필요한 건 확진자들이 격리해서 지낼 수 있는 집의 대체제이다. 외국인 노동자, 쪽방촌, 고시원 경제적 취약자들이 머물 수 있는 대안 시설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K방역의 방향성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오늘 밤 위험한지 아닌지를 매일 전화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의료적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 체계를 정부가 잘 제공하고 있는지가 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는 관리 강도가 어디까지 높아지느냐보다는,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느냐가 국민을 구해주는 핵심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기존 ‘K-방역’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공고히 쌓여 전환이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 방역 모델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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