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예림이비인후과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경증 환자 비대면 진료가 시작됐다. 정부는 하루에 횟수 제한 없이 무료 상담·처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의료 현장에서는 과다한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명의 확진자가 여러 병·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오·남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막을 시스템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10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를 개편하며 무증상·경증의 ‘일반관리군’ 확진자는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집에서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다가 필요한 경우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에 연락해 진료를 받는 체계로, 국가가 진료비용을 부담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책 발표 뒤 진료비용을 놓고 정부 입장이 번복되며 혼선이 빚어졌다. 10일 방역당국은 일반관리군은 1일 1회(소아청소년은 1일 2회) 진료가 무료로 가능하며, 이후 추가 상담은 비급여로 본인부담이 발생한다고 공지했다. 전화 상담이 잦으면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재택치료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화 상담이 너무 오남용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다. 부분의 국민들이 하루 한 번 정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두 번 이상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정부 방침은 갑자기 변경됐다. 중수본은 “1일 2회 진찰하더라도 진찰료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진찰료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택치료 관련 진찰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치료비 지원 대상으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제한 상담’이 가능해지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비대면 진료 폭증으로 현장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인 서울시 성동구의 한 의원 원장은 “어제도 오늘도 재택치료자 상담을 했는데, 자녀의 증상 이야기를 하면서 추가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불안하니까 조금만 증세가 달라져도 전화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백신접종 초기 때처럼 ‘무조건 동네 병원에 가면 맞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 때도 전화를 받느라 난리가 났었다”며 “확진자 규모가 적어 지금은 이 시스템이 가능하더라도, 확진자가 10만, 20만명이 되면 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마비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병원과 통화가 어려워 재택치료자들의 불편도 커질 수 있다. 중수본의 자료를 보면, 신규확진자 가운데 90가 재택치료자이고 이 가운데 76.5%가 경증의 일반관리군이다. 2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13만7천명 정도의 일반관리군이 생기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인정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필요한 과다 상담은 동네 병∙의원의 업무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막을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전화로 예약한 뒤 진료를 보기 때문에, (아직은) 업무에 큰 차질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주에 논의하고 이번 주에 시행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시스템 마련은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 확진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거나, 의약품을 불필요하게 처방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현재로써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한다고 해도 가려낼 방법이 없다”며 “의사가 환자마다 어떤 상담과 처방을 받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보건소가 행정적인 마비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의원이 이를 나눠서 담당하게 된 상황”이라며 “동네 의원도, 시민도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시민들이 시스템에 자발적으로 잘 따라줄 수 있게 지침 등을 제대로 정비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원래 하던 업무에 지장이 간다면 동네 병·의원이 전화 진료를 안 받아버리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처방 오남용 등을 비롯해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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