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양성 문자 받으셨죠, 증상은 좀 어떻세요? (차트에 ‘목이 약간 아프다’ ‘오한이 있다’고 적음) 열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그렇게 될 수가 있죠. 하나만 기억하시면 되는데 폐렴 증상이 있으면 대면 진료를 받으셔야 돼요. (중략) 격리 해제되는 건 오늘부터 플러스 6을 하세요. 어제(16일) 검사하셨으니까 플러스 6하면 22일이잖아요. 22일 (밤) 12시, 그러니까 23일 0시에 해제되는 거예요. 그때 제가 아마 웬만하면 전화 한번 드릴 거에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 보아스 이비인후과’ 오재국 원장이 환자 20여명의 연락처를 보며 차례차례 전화를 돌렸다.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양성 판정을 받고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재택치료 환자들이다. 일반관리군 모니터링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 병원에서는 양성 판정날과 격리해제 전날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60살 이상, 팍스로비드 처방자)은 1일2회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17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가 31만4565명으로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진료할 동네 병·의원 시스템은 아직 ‘정비중’이다. 검사자들에게 수기로 받은 전화번호가 틀려 확진 안내 문자가 도착하지 않기도 하고, 보건소에 유전자증폭(PCR) 양성 확진자들을 문자로 신고하는 기본 시스템조차 “직원 4명이 일요일에 나와 (환자) 1인당 30분~1시간씩” 작업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미 환자는 폭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동네 병·의원 대비책은 아직 없다. 오 원장은 “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진료와 전화상담을 병행하고 있는 오 원장은 “점심시간을 빼거나 저녁 시간에 퇴근하고 (재택치료 상담) 전화를 해야”한다며 “제가 전화하는 분은 매일(하루에) 10~20명 정도 사이인데, 환자가 계속 폭증하면 어디까지 감당을 해야 되는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재택치료자들이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다가 증상이 발생하거나 심해졌을 때 즉시 연락하고 외래진료센터 등에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화 상담·처방 동네 병·의원 현황을 보면 16일 기준 전국에선 5264개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이 바뀐 재택치료 체계에서 불안을 덜기 위해선 보건소 업무 정상화와 함께 연락망 구축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원장은 “저희가 대면진료 기관 자체가 아니니까 증상을 듣고 약을 처방해 드리는 것밖에는 없고 그 이상을 할 수가 없다”며 “(응급) 환자가 (보건소 등에) 연락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저희가 (보건소 등에) 그분에게 빨리 연락을 좀 취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저희도 보건소와 통화를 하거나 관련 공무원들과 통화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진료와 코로나19 비대면 진료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인력은 부족하고 업무와 감염위험은 크게 늘었다. 병원에 환자가 얼마나 많이 몰려올지 몰라 직원을 충원해야 하지만 지금은 있던 직원들도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오 원장은 “원내 감염까지는 없었는데 앞으로는 의료진이 상당히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 직원들은 사표를 내놓은 상태인데, 직원이 줄게 되면 현재 이 시스템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소아나 임신부, 장애인, 이주 노동자 등에 대한 관리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고기복 대표는 “이주 노동자들은 재택치료 했을 때 혼자만 격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관련 안내문이 보건소에서 와도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증상이 있을 때 생활치료센터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잘 대응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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