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연일 ‘최다 확진자’ 보도로 위기가 고조되는 듯 보인다. 유행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몇월 며칠 몇만명의 숫자를 맞혀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방역 패러다임이 확산 억제에서 피해 최소화로 전환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정책적 변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예측의 정확도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행예측모형의 목적이 있다면, 내일 몇명의 확진자가 나올지 예상하는 게 아니라, 유행 정점이 언제 지나가는지 시점을 제시하고 정책적인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유행 정점에서 필요한 의료 수요의 최대치를 정하고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유행예측을 하는 다수의 전문가는 3월 초, 중순쯤 유행 정점이 지나가고 정점에서는 2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는 전체 감염의 규모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전체 감염자 중 절반 정도만을 찾아내고 있다고 평가되고, 오미크론 유행 후에는 감염자 중 실제로 드러나는 비율이 더 낮을 것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과연 중증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준비하고 있는 중증 병상을 초과하지 않는지 여부이다. 현재 평가는 높은 접종률과 경구용(먹는) 치료제 사용,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중증화율로 인해 매우 어렵겠지만 감당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절대 수가 감당 가능하다는 것은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낮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에 있어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방역정책에서도 큰 전환이 있었다. 첫째, 방역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했다. 델타 변이 때까지 유지해왔던 확산을 억제하여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둔 방역정책에서 확산을 용인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이행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매우 높은 전파능력에 더해 미접종자가 전체 성인 인구의 5% 미만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안이 부재하기에, 이런 정책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즉, 지금의 방역정책 전환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둘째,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나라가 유지해오던 검사, 추적, 격리 전략의 포기를 가져왔다. 이제 더 이상 유전자증폭(PCR) 기반 검사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현장의 역학조사는 중단되었다.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여겼던 신속항원검사는 순식간에 검사 체계의 중심이 되었다. 이로 인해 확산은 가속화되고 확진율은 감소하지만 이런 정책 전환이 가져오는 의미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을 해주는 이는 드물다.
방역당국은 22일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사실 범유행(팬데믹)과 풍토병(엔데믹)을 가르는 의학적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의 변화와 과거 대응의 정도에 따라 점차 풍토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진행될 뿐이다. 하지만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존재한다. 첫째, 백신 접종과 감염을 통해 전체적인 면역수준이 높아져서 발생하는 확진자의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해야 한다. 둘째, 백신의 중증화 예방 효과, 경구용 치료제, 재감염 등으로 중증환자의 수도 큰 폭으로 줄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더 이상 예전만큼 위험한 감염병이 아니라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다. 그리고 2022년 3월은 우리 사회의 역량과 한계를 시험하는 가혹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견뎌온 엄혹한 시간을 딛고 일상으로의 복귀는 다가와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