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출처 NIAID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원인불명의 소아 급성간염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도 처음 보고됐다.
10일 질병관리청은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 감시체계를 통해 지난 1일 국내에 의심 사례 1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10살 미만 소아로, 의료기관에서 복통·구토·발열 진료 중 간 수치 증가를 확인하고 실시한 검사에서 기존 간염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자 신고가 이뤄졌다. 해당 환자의 호흡기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한 결과 아데노바이러스와 코로나19가 아닌 사람코로나바이러스가 함께 검출돼, 방역당국이 분석에 들어갔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급성간염이)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드물게 보고되는 사례다. 아데노바이러스 ‘41F’형이 원인병원체로 지목되고 있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기와 장관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급성간염과 코로나19의 관련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 단장은 “연령층이라든가 세계적 기록으로 볼 때 백신 접종과는 관련이 없고 코로나19와도 큰 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 신고된 1건은 아데노바이러스와 사람코로나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된 사례인데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는 좀 더 판단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국외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도 있지만 237명 가운데 19명 정도로 소수다. 국내의 경우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만큼 백신과의 연관성도 낮을 것으로 방역 당국은 분석한다.
생후 1개월에서 16살 이하 소아에서 발생한 원인불명 급성간염은 4월 초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이달 4일 기준 이탈리아·스페인·이스라엘 등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 일본 등 19개국에서 총 237명 발생했으며 대부분 회복됐지만 최소 18명은 간 이식이 필요했다. 사망자는 10일 기준 미국 5명과 인도네시아 3명 등 최소 8명이다. 황달과 복통, 설사, 구토, 위장 관련 증상이 있었으나 대부분 발열 증상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 보건안보청(UKHSA)은 소변이 어두운 색을, 대변은 연한 색을 띠며 관절·근육 통증이나 메스꺼움, 입맛 잃음 등 증상이 있을 때 주의토록 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선 원인 병원체로 ‘아데노바이러스 41F형’을 지목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했을 때 상당수의 검체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의심 사례에서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된 게 아닌데다, 발생 초기여서 발병 원인 등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질병청도 학회·의료계와 협력해 5월부터 급성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16살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중 간 효소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A·B·C·E형 간염 바이러스가 아닌 경우, 소아 원인 불명 급성간염 의심 사례로 분류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