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이 올라가 아이들 옷을 입히려고 옷장을 뒤져보니, 가짓수는 많은데 마땅히 입힐 것이 없다. 요즘 옷값도 싸고 해서, 이참에 아이들 옷과, 여벌로 자신의 옷을 마련한 지연씨는 혼자 봄을 맞은 듯 기분이 좋다.
우리는 왜 옷을 입을까? 사람이 처음 옷을 입기 시작한 이유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요즘 옷의 기능은 사회적, 경제적 상징의 의미가 더 강해졌다. 이런 기능만 강조되다보니 내가 옷의 주인이 아니고 노예로 전락하기도 한다.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섬유 자체가 유해 물질인 경우도 있고, 직물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쓰이기도 한다.
합성섬유는 통기성과 흡습성이 천연섬유보다 떨어져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주로 석탄이나 석유의 부산물인 합성수지를 녹여 실로 직물을 짠 것이다.
또한 요즘은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화학염료, 염료가 오래 보존되도록 쓰이는 고착제, 구김살을 방지하기 위한 방축가공 등 화학가공을 많이 거친 직물로 옷을 만든다.
이런 이유로 면역성이 약한 아이들이나,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에게 새 옷을 그냥 입히게 되면, 더 가려워하거나, 잔류한 화학물질이 피부로 들어가 면역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신제품보다는 주변에서 물려받은 옷을 깨끗이 손질해서 입히거나, 재활용가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천연섬유로 만든 옷이라도 빨아 입는 것이 좋다. 새로 샀는데 쉽게 세탁 할 수 없는 옷이라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일주일쯤 걸어두었다가 입는다. 섬유 처리에 쓰인 화학물질 중에는 휘발성이 많기에 어느 정도 날려 보낼 수 있다.
예전에는 쑥쑥 크는 아이들이라 옷을 잘 사주지 않았는데, 아이가 한집에 많아야 둘이다 보니 ‘지금 아니면 언제 입혀?’하는 심정으로 비싸도 사주게 되는 부모가 많다. 얻어 입히고 싶지만 마땅히 얻을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사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옷이 헤져서 못 입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멀쩡해서 버리긴 아깝지만 내게 필요 없는 옷, 누군가에게 얻고 싶지만 얻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 이웃을 둘러보자. 그리고 먼저 말을 꺼내보자. ‘저, 혹시 애들 작아진 옷 버리지 말고, 날 주면 안되겠니?’ 그러면 그날로 돈들이지 않고 옷도 생기고, 새로운 친구도 생기게 된다. 아이들 몸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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