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와 과자 등 고칼로리 식품을 피하고 나물류 섭취를 늘이는 방식으로 체중을 13㎏ 정도 줄이는 데 성공한 서울백병원 김명수 교수(신경외과)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날씬해진 허리를 잡아보고 있다.
■ 병과 친구하기■
당뇨병 앓던 의사 김명수씨 김명수(38)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해 8월 이전까지만해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맏딸로부터 “아빤 돼지야”라는 놀림을 받곤 했다. 172㎝의 크지 않은 키에 몸무게는 90㎏이나 나가고, 허리둘레 104㎝(41인치)의 배불뚝이였던 그는 맏딸 먹으라고 사놓은 과자를 종종 자신이 다 먹어치울 정도로 먹을거리를 꽤나 밝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살빼기 이전에 그의 하루 식사량은 보통 사람의 2~3배나 될 정도로 많았다. 아침에 빵과 우유를 먹고 출근하자마자 잼을 바른 토스트를 2개 먹고, 오전 11시께 빵을 2개 먹은 뒤 점심은 1.5~2인분을 먹었다. 또 오후 3시쯤 빵 1개를 먹고, 저녁은 보통 1~2인분을 먹었지만 육류는 3인분을 해치웠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먹는지 실감하지 못했어요. 의대 본과 시절만해도 체중 60㎏의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으나 고된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사량이 많아졌고 체중도 덩달아 크게 불어났지요.” 수련의 1년차 때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자고 아침, 점심을 거른 채 하루 저녁 한끼로 버티면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녁을 폭식하는 습관이 붙게 되어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혹한 것으로 유명한 외과 수련의 과정을 밟으면서 ‘(일하기 위해서는) 틈만 나면 배를 채워야 한다’는 통념까지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고도비만인이 된 그는 수련의 과정의 마지막 4년차를 보내면서 괜한 졸음이 밀려오고 피곤해 쓰러지는 일까지 경험하게 됐다. “33살 때였습니다.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전임의로 일할 때였는데 하도 피곤해 건강검진을 받아본 결과 당뇨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지요. 수련의 시절 내내 쉽게 피로감을 느낀 것이 당뇨병 때문이었던 거지요.”
의사로서 당뇨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당뇨병 진단을 받고 난 뒤 며칠간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당뇨약 복용과 운동 등으로 혈당조절을 시작하면서 업무 능률이 오르고 피로감이 사라져 혈당조절만 잘 하면 살아가는데 큰 무리가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간 전임의를 한 뒤 청주로 내려가 4년간 근무하면서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당뇨를 더 잘 조절하려면 체중을 줄여야 하는데, 주말부부 신세라서 부인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지는 몰라도 체중조절을 위한 운동을 하고 나면 혈당수치가 60 근처까지 내려가는 저혈당이 나타나 단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허리 41인치 90Kg의 ‘아빠 돼지’
전문의 도움받아 식사 줄이고
운동 석달만에 16Kg 줄이고 약 끊어
“지난해 3월 서울백병원으로 직장을 옮긴 뒤 강재헌 교수가 운영하는 비만센타에서 비만 뿐만 아니라 당뇨병까지 해결하는 ‘행운’을 잡게 됐어요. ‘비만 전문가를 곁에 두고 왜 진료 한번 받아보지 않느냐’고 부인이 닥달했기 때문이죠.” 서울백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5개월째인 8월11일, 그는 ‘살빼기 감독관’인 부인을 대동한 채 비만센타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식사량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고, 뒤이어 석달간의 감량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당장 먹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고, 당뇨가 있어서 더 많은 식사를 하는 것이고 식사량을 줄이면 저혈당이 생긴다고 항의를 했지요. 강 교수는 걱정말라면서 식사량을 줄여 저혈당이 생기면 당뇨약을 줄이면 된다고 설명했죠.” 강 교수의 처방에 따라 하루 세 알씩 먹는 당뇨약을 우선 두 알로 줄이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시작했고, 점차 당뇨약을 줄여갔다. 석달간의 감량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몸무게는 74㎏, 허리둘레는 88㎝로 각각 줄었고, 혈당수치는 당뇨약을 끊고도 100~180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비만과 당뇨병을 한꺼번에 물리친 것이다.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이자 굶어죽을 것만 같았지만 하루이틀 지나면서 오히려 훨씬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 자신도 의사지만 신경외과를 전공했을뿐 비만과 당뇨 전문가도 아니면서 자만했다”면서 과거를 반성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엄청난 식사량은 줄이지 않은 채, 헬스클럽에 다니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의 운동을 한다고는 했지만 자가처방이라 효과가 적었지요. 남의 얘기를 듣지 않아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 환자의 행동을 그대로 보였던 겁니다.” 글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당뇨병 앓던 의사 김명수씨 김명수(38)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해 8월 이전까지만해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맏딸로부터 “아빤 돼지야”라는 놀림을 받곤 했다. 172㎝의 크지 않은 키에 몸무게는 90㎏이나 나가고, 허리둘레 104㎝(41인치)의 배불뚝이였던 그는 맏딸 먹으라고 사놓은 과자를 종종 자신이 다 먹어치울 정도로 먹을거리를 꽤나 밝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살빼기 이전에 그의 하루 식사량은 보통 사람의 2~3배나 될 정도로 많았다. 아침에 빵과 우유를 먹고 출근하자마자 잼을 바른 토스트를 2개 먹고, 오전 11시께 빵을 2개 먹은 뒤 점심은 1.5~2인분을 먹었다. 또 오후 3시쯤 빵 1개를 먹고, 저녁은 보통 1~2인분을 먹었지만 육류는 3인분을 해치웠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먹는지 실감하지 못했어요. 의대 본과 시절만해도 체중 60㎏의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으나 고된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사량이 많아졌고 체중도 덩달아 크게 불어났지요.” 수련의 1년차 때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자고 아침, 점심을 거른 채 하루 저녁 한끼로 버티면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녁을 폭식하는 습관이 붙게 되어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혹한 것으로 유명한 외과 수련의 과정을 밟으면서 ‘(일하기 위해서는) 틈만 나면 배를 채워야 한다’는 통념까지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고도비만인이 된 그는 수련의 과정의 마지막 4년차를 보내면서 괜한 졸음이 밀려오고 피곤해 쓰러지는 일까지 경험하게 됐다. “33살 때였습니다.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전임의로 일할 때였는데 하도 피곤해 건강검진을 받아본 결과 당뇨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지요. 수련의 시절 내내 쉽게 피로감을 느낀 것이 당뇨병 때문이었던 거지요.”
김명수 교수의 체중을 줄이기 전 모습
전문의 도움받아 식사 줄이고
운동 석달만에 16Kg 줄이고 약 끊어
“지난해 3월 서울백병원으로 직장을 옮긴 뒤 강재헌 교수가 운영하는 비만센타에서 비만 뿐만 아니라 당뇨병까지 해결하는 ‘행운’을 잡게 됐어요. ‘비만 전문가를 곁에 두고 왜 진료 한번 받아보지 않느냐’고 부인이 닥달했기 때문이죠.” 서울백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5개월째인 8월11일, 그는 ‘살빼기 감독관’인 부인을 대동한 채 비만센타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식사량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고, 뒤이어 석달간의 감량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당장 먹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고, 당뇨가 있어서 더 많은 식사를 하는 것이고 식사량을 줄이면 저혈당이 생긴다고 항의를 했지요. 강 교수는 걱정말라면서 식사량을 줄여 저혈당이 생기면 당뇨약을 줄이면 된다고 설명했죠.” 강 교수의 처방에 따라 하루 세 알씩 먹는 당뇨약을 우선 두 알로 줄이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시작했고, 점차 당뇨약을 줄여갔다. 석달간의 감량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몸무게는 74㎏, 허리둘레는 88㎝로 각각 줄었고, 혈당수치는 당뇨약을 끊고도 100~180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비만과 당뇨병을 한꺼번에 물리친 것이다.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이자 굶어죽을 것만 같았지만 하루이틀 지나면서 오히려 훨씬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 자신도 의사지만 신경외과를 전공했을뿐 비만과 당뇨 전문가도 아니면서 자만했다”면서 과거를 반성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엄청난 식사량은 줄이지 않은 채, 헬스클럽에 다니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의 운동을 한다고는 했지만 자가처방이라 효과가 적었지요. 남의 얘기를 듣지 않아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 환자의 행동을 그대로 보였던 겁니다.” 글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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