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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3년 동안 적발 0건…‘약 어찌 믿고 먹나’

등록 2006-04-25 19:14수정 2006-04-25 22:34

문창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청사에서 의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가 조작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창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청사에서 의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가 조작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약청 관리감독 허술이 화 키워” 지적
주요시험기관 대부분 약효 ‘뻥튀기’
복제의약품 약효 실험 조작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기관의 의약품 시험 결과에 대한 데이터 조작은 일차적으로 이들 기관의 부도덕성에 기인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허술도 큰 요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약청은 2003~2005년에 걸쳐 의약품의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실태조사를 130여건에 걸쳐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당시 어떤 문제점도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이런 허술함이 조작 사태를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떻게 밝혀냈나?=이번 조작 행위도 식약청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내부고발에 의해 적발됐다. 문창진 식약청장은 25일 “최근 국가청렴위원회에 한 내부고발자가 시험기관에서 자료를 조작한다고 제보한 뒤 제출된 원본과 기관의 컴퓨터 저장본을 비교해 문제가 있음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문병우 식약청 의약품본부장은 “조작 방법이 고도의 컴퓨터 조작 기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실태조사 과정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생동성 시험기관에 대한 엄격한 자격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등 식약청의 안이한 태도가 부정을 키운 배경이 됐다.

현재 식약청 고시에 정해져 있는 서류상의 요건만 갖추면 검사기관이 될 수 있다. 문 본부장도 이런 점을 의식해 이날 “생동성 시험기관 지정제, 현장 방문을 통한 중간 과정 평가제 등을 도입해 앞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 처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작 수법은?=시험기관들은 컴퓨터에 저장된 생동성 시험 검사 그래프를 수정해 기준을 통과하도록 만들거나, 한번 통과된 자료를 시험 날짜만 바꾸어 다른 품목에도 그대로 도용하는 수법을 썼다. 일부 기관은 또 조작을 숨기기 위해 컴퓨터 저장 자료를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 문 본부장은 “생동성 시험은 인체에서 복제 의약품이 오리지널 약에 비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지는지 평가하는 시험으로, 오리지널에 비해 80~120%의 농도를 보이면 약효가 같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에 조작이 확인된 제품은 효능이 80%에 못 미치는 것들을 조금 높게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왜 조작했을까?=2001년 8월 약사법 개정 뒤 오리지널 약품과의 생동성을 확보한 ‘카피약’(복제의약품)만 대체조제가 가능해지면서 생동성 시험의 수요는 급증했다. 현재 35개 기관에 이른다. 식약청이 고시한 ‘생동성 시험 기준’의 요건만 갖추면 어느 기관이나 생동성 시험 수행이 가능한데다 복제약의 생동성 인증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2002년 이 기준마저 완화됐다. 이런 점이 시험기관의 난립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의경 박사는 “생동성 시험과정 가운데 재시험, 재분석 과정까지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시험의 전 과정을 기록한 컴퓨터 원본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청이 시험결과 조작 시험기관으로 발표한 바이오코아 쪽은 “결과를 보기 좋게 하려고 출력 날짜만 바꿨을 뿐 데이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바이오코아는 함께 적발된 랩프런티어와 함께 2004년 생동성시험 전문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생동성시험을 수행한 기관으로 알려졌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일주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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