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확대만 치중 과잉진료 방치
건강보험 견줘 1건당 66만원 더 써
의료기관 실사 등 대책 실효성 의문
건강보험 견줘 1건당 66만원 더 써
의료기관 실사 등 대책 실효성 의문
의료급여 진료비가 2002년 1조9824억원에서 지난해 3조1765억원으로 3년 만에 1.6배로 폭증했지만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27일 의료급여 과다청구 의료기관에 대한 기획 실사 등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급여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필요한 진료 행위 방치= 이아무개(75·여·전북 김제시)씨는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난해 306일 동안 하루 평균 5곳의 병·의원을 찾았다. 의사들은 이씨에게 두통, 관절염 등으로 진단해 모두 32가지 약을 6640일 동안 처방했다. 총진료비는 2800여만원이나 나왔다. 그 사이 지자체 공무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역시 부당·허위 청구가 아니면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다”며 “그동안 의료급여 대상자 및 혜택 확대에만 치중한 반면 적정 진료에 대한 관리 인력과 정책 부족으로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불필요한 진료행위가 이어졌다”고 인정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쪽은 “이씨의 경우 그동안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로 비판받아 왔는데, 그 이전에 의사들의 처방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급여 환자의 의료이용 실태에 관한 연구에서도 필요 이상의 장기입원 등이 고액진료비를 유발한다는 것은 증명돼왔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나이 등이 비슷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를 비교해 본 결과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의 1건당 진료비가 66만1000원 높게 나왔다”며 “장기입원 및 기타 효과가 41만8000원으로 차이의 63%를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뒤늦게 관리 나서= 의료급여 진료비가 폭증한 데는 의료급여 대상자의 증가, 급여 범위의 확대, 희귀·난치 질환자 등의 의료급여 대상자 포함 등 타당한 설명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복지부의 통계 자료는 물론 지난달 열린 기획예산처의 공청회 자료에서도 “본인부담이 거의 없는 의료급여 1종과 노인층 인구가 늘어난 점 등이 진료비 증가를 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됐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병·의원과 의료급여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로 의료비 남용이 가능한 구조는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례관리 요원을 통한 의료기관 이용법 교육, 건강증진·질병예방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향상지원단 운용, 주치의제도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복지부의 이번 대책도 큰 틀에서 이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병·의원, 약국 등의 기획실사를 통해 허위·부당 청구를 적발해 언론에 공개하고, 이용자의 신고보상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건강보험공단에 의료급여 사용자의 사례관리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료가 이뤄졌는지를 따져보는 조사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실제적인 건강수준 향상 대책 내놔야=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복지부 등의 대책이 진료비 절감 방안에 집중돼 있으며 대책 역시 자칫 차별을 부를 뿐 저소득층의 실제적인 건강향상 정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담당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4년 연구를 보면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15%를 넘는다”며 “현재 3.5%인 의료급여 대상자의 수적 확대, 적정 진료 체계 확립 등의 단기적인 정책만으로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건강향상을 이끌어내기에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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