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등에서 혈압을 잴 때는 충분한 안정을 취한 뒤, 팔은 심장 높이에 맞춰야 정확한 혈압을 잴 수 있다. 고대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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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선 정상 같아도
집에 가면 높게 나오는
‘숨은 고혈압’ 발견 가능 고혈압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적절한 운동 및 식사 조절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혈압강하제 등을 써서 평소에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다. 병·의원을 찾을 때만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다는 판정만 받고, 평소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혈압 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혈압계를 갖추고 평소 혈압을 재보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혈압 측정에 관한 여러 연구들을 보면 가정에서 잰 혈압이 병원에서 잰 것보다 더 정확하게 고혈압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예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의 혈압 측정이 더욱 유용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 잘못된 방법이나 자세를 취하면 틀린 혈압 정보를 얻게 될 수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연구와 지난해 프랑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가정에서의 혈압 측정이 합병증 발생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바로 ‘백의고혈압’과 ‘숨은 고혈압’등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백의고혈압은 진료실에서만 고혈압으로 나타나고 가정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현상이다. 의사나 간호사의 하얀 가운에서 백의라는 말이 비롯됐다. 하얀 옷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만 봐도 긴장해 혈압이 높아지며, 고혈압 환자의 15~20% 정도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정상으로 나왔으나, 가정에서는 높게 나타났던 ‘숨은 고혈압’도 있다. 약 10% 정도의 고혈압 환자에서 보이고, 보고에 따라서는 45%까지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항상 혈압이 높게 나온 사람들에 비해 합병증 발생이 비슷하거나 더 높을 우려가 있다. 대개 중년 여성이거나 비만한 사람에서 관찰된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것이 필요한데, 주의할 점이 많다. 최근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새로운 혈압 측정 지침과 우리나라 관련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가정에서의 혈압 측정법에 대해 알아보자. %%990002%%일단 혈압계의 종류부터 잘 골라야 한다. 가정에서는 자동혈압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은혈압계는 측정 방법이 어려울 뿐더러 자칫 깨지면 수은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손가락이나 손목에서 재는 것보다는 위팔에서 측정하는 혈압계가 더 정확하므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측정한 혈압을 의사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수치를 저장하거나 인쇄할 수 있는 제품이면 더욱 좋다. 혈압계의 팔을 감는 부분인 커프는 최소 위팔 전체의 80% 정도를 감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팔이 굵은 사람이 일반 커프를 사용하면 실제보다 혈압이 높게 나올 수 있다. 한편 커프를 감을 때는 반드시 옷을 벗거나 걷어 맨살에 감도록 해야 한다. 혈압 측정 자세는 앉아서 혈압을 재는 쪽 팔을 심장 높이에 맞추고 3~5분 뒤 측정해야 한다. 누운 상태에서는 팔이 심장보다 아래에 있게 되므로, 팔 밑에 베게 등을 받쳐 심장과 팔이 같은 높이가 되도록 한 뒤 재면 된다. 10~12%에서 임신성 고혈압이 생기는 임산부의 경우 앉은 자세에서 혈압을 재기 어렵다면 왼쪽으로 누워 왼팔 혈압을 측정해도 좋다. 흡연이나 음주를 한 직후에는 혈압 측정을 하지 않도록 하고, 식사나 운동 뒤에는 30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혈압을 재야 한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것도 혈압을 올릴 수 있으므로 이도 피하는 것이 좋다. 평상시에도 최소 5분 정도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혈압을 재는 중간에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혈압은 최소 2번 이상은 재야 하며, 측정 결과가 5㎜Hg이상 차이가 나면 1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1~2번 더 재야 한다. 여러 번 측정한 결과를 평균한 값이 제대로 된 혈압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측정 결과 혈압이 140/90 ㎜Hg 이상으로 나오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므로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130/80㎜Hg 이상이라도 당뇨나 신장 질환 등 다른 질환이 있다면 역시 마찬가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박창규 고려의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고영국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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