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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6:40 수정 : 2005.03.08 16:40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두뇌 회전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어릴 때는 기억력도 좋고 이해도 빨랐는데 지금은 바보가 됐다고 걱정한다. 그리고는 바로 ‘한창 두뇌 회전이 좋을 때 왜 이 모양이니?’라며 아이를 구박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은 두뇌 회전이 어른들 보다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의 뇌는 어른에 비해 대부분의 기능 면에서 뒤떨어진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라면 더 그렇다. 우선 뇌의 무게를 보자. 태어날 때 250g이던 아이의 뇌는 한 해가 지나면 750g이 된다. 5살 정도 돼야 어른과 비슷한 1.3㎏으로 커진다.

정보 처리 속도에서는 차이가 더욱 크다. 뇌에 전기 장치를 설치해 정보의 처리 속도를 재 본 결과, 12살 아이는 어른에 비해 반응 속도가 절반이었다. 이 차이는 계속 줄어들다가 15살이 돼서야 성인과 비슷해진다.

효율에서도 아이들의 뇌는 어른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는 페트(PET)라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진단장치를 통해 뇌의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이용 정도를 파악해 뇌의 활동 부위 및 활동 정도를 알 수 있다. 페트를 이용해 그림 식별 검사를 하면서 뇌 활동을 알아본 결과, 만 4살 된 아이의 포도당 소모량은 어른의 두 배에 달했다. 에너지 소모량은 사춘기가 지나서야 어른과 비슷해졌다. 또 같은 일을 할 때 흥분하는 뇌 부위의 범위도 더 넓다. 여러 뇌 부위가 작동하면서 아이들의 두뇌는 충분한 자극이 돼 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전반적인 효율은 떨어진다.

정보의 분석과 선택, 주의력 등의 기능을 하면서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에서 가장 발달한 대뇌 영역인 전두엽도 25살이 돼야 최고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아이들의 뇌는 어른과 차이가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처리 속도는 느리며 효율성도 떨어진다. 주의력을 유지하고 정보 선택 및 판단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단순 기억력은 어른과 비슷하거나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을 시작해 마무리를 지으려면 기억력 한 가지만으로는 할 수 없다. 결국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학습 및 과제 수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을 걸 때도 큰 소리로 천천히 하며 아이가 대답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준다. 쉬운 일을 한참 꾸물거릴 때도 잘 참는다.

그러다가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의 뇌는 여전히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부모는 아이가 게으르고 꾸물거리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결국 아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100미터를 10초에 달리는 사람이 보통 사람들에게 왜 달리기가 그렇게 늦냐면서 그건 오직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탓하는 격이다. 헉헉 거리면서 최선을 다해 달렸더니 기다리는 것은 오직 비난뿐이라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노력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단 아이들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잔소리꾼 보다는 코치이다. 좋은 코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때 무조건 다그치는 사람이 아니며, 계획을 세우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임을 명심하자.

서천석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임상강사 soli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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