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성별 등 관계없이 일괄적용…절반이 부적절
김아무개(60·여)씨는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지난해 아들이 100만원이 넘는 검진상품을 예약해 여러 달을 기다린 끝이었다. 검사 결과 평소 치료받던 고혈압·당뇨·골다공증 등이 다시 확인됐다. 그런데, 난소암 여부를 판별한다는 종양표지자(CA) 검사에서도 이상이 나타났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다는 말에 김씨는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50만원 가량 돈을 더 내고 정밀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여러 검사를 받아보니 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안도는 했지만, 그동안 한 마음고생, 추가 검사 비용을 생각하니 다시 속이 쓰렸다.
김씨에게 2차 정밀 검사까지 받게 한 종양표지자 검사는 보통 사람들의 종합건강검진 검사 항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검사는 보통 암에 걸린 사람이 암의 진행 정도나 치료 뒤 효과를 확인할 때 쓰이는 것으로, 염증이나 양성 종양을 가진 보통 사람에게서도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난소암을 우려할 만한 가족력이나 증상, 다른 검사에서의 소견이 전혀 없었는데도, 불필요한 검사를 하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괜한 불안이 시달린 셈이다.
한국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벌이는 종합건강검진에는 김씨의 경우처럼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내 주요 병원 6곳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미국의 암협회와 가정의학회, 심장학회, 당뇨병학회의 권고안과 우리나라의 평생건강관리, 5대암 검진 권고안을 바탕으로 비교·분석했다. <가정의학회지>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 6곳의 종합검진 항목에는 종양표지자, 복부 초음파, 심전도, 매독 등 권위 있는 국내외 의학 관련 단체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힌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가정의학회가 펴낸 평생건강관리지침과 비교할 때 20~30 항목의 암 검진 가운데 10~15 항목이 불필요한 검사였다. 만성질환 검진의 경우도 25~30 항목 가운데 7~8개는 불필요했고, 4~5개 가량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암 검진의 경우, 알파페토프로틴 검사·복부초음파(간암), 종양표지자 CEA(대장암), 전선량CT(폐암), CA125·질초음파(난소암), CA19-9·복부초음파·복부CT(췌장암), 갑상선초음파(갑상선암) 등이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들이다. 이 검사들은 암 판정을 받아 치료 중인 사람이나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본 건강검진 프로그램 이외의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에도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많이 들어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 각종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 혈관촬영술,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 등의 검사는 의사의 진찰과 기초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 하는 검진 항목들로, 1차 검진 항목으로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값도 매우 비싸다.
이 밖에 개인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검진을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인의 나이, 성별, 직업, 흡연 여부 등의 주요 위험요인에 따라 질병 발생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항목에도 고콜레스테롤혈증, 골다공증 등의 증가로 중년층에게 필요한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골밀도 검사가 빠진 반면, ‘휴식 시 심전도 검사’와 같은 불필요한 검사가 들어 있다. 이 교수팀은 26일 “이런 선별검사 항목들은 의학적으로 진단효과가 적거나 건강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것들이며,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종합건강검진 항목이 검사를 받는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게 큰 문제”라며 “획일적인 검사 항목을 적용하기보다 문진과 진찰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의학적 근거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이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분석한 주요 병원은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이며, 기준 시기는 2005년 5월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대형병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항목에도 고콜레스테롤혈증, 골다공증 등의 증가로 중년층에게 필요한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골밀도 검사가 빠진 반면, ‘휴식 시 심전도 검사’와 같은 불필요한 검사가 들어 있다. 이 교수팀은 26일 “이런 선별검사 항목들은 의학적으로 진단효과가 적거나 건강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것들이며,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종합건강검진 항목이 검사를 받는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게 큰 문제”라며 “획일적인 검사 항목을 적용하기보다 문진과 진찰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의학적 근거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이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분석한 주요 병원은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이며, 기준 시기는 2005년 5월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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