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전공의협의회 전공의 게시판에 올라온 의사 폭력에 관한 글.
‘전공의’ 환자앞에서 맞고 욕먹고
‘교수 폭력’에 벌벌 떨고 참담하고
‘교수 폭력’에 벌벌 떨고 참담하고
경기도 한 종합병원의 소아과 3년차 전공의(레지던트) ㅇ아무개(여)씨는 병동에서 열리는 아침 회의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회의를 주관하는 ㄱ아무개 교수가 무슨 폭언과 폭행을 해댈지 두려워서다. 얼마 전 아침 회의시간, 환자 진료 기록을 살펴본 ㄱ교수는 여지 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넌 병원 관두고 집에 가서 애나 보고 살아라. 이 XX같은 X.” ㅇ씨는 환자 앞에선 ‘의사선생님’이지만 ㄱ교수 앞에선 ‘XX같은 X’이다.
이날 ㅇ씨는 다행히(?) 회진을 따라 갈 수 있었다. 며칠 전 다른 동료 전공의 한 명은 ㄱ교수한테 ‘너만 보면 재수 없어, 넌 나가 있어’라는 말을 듣고 회진에 참가하지 못했다. ㄱ교수는 전공의들에게 폭언을 쏟은 뒤엔 종종 병동 회진에도 배제하기 때문이다.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시간 동안 ㅇ씨나 전공의들은 혼자서 심한 자괴감을 되씹어야 한다.
아침회의때 ‘XX같은 X’
회진 따라나서면 여성인데도 손가락으로 몸 찌르며 막말
폭력에 익숙해지는 자신이 슬퍼 그렇지만 회진이 시작됐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회진은 환자들의 상태를 교수에게 보고하고 여러 처치를 지시받는 자리다. 하지만 교수의 폭언은 환자를 앞에 두고도 터져나온다. 이날도 역시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ㅇ씨의 자존심은 무참히 구겨졌다. “머저리 같은….” ㄱ교수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여성인 ㅇ씨의 몸을 손가락으로 찔러대며 막말을 내뱉었다. ㅇ씨는 ‘환자나 보호자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하는 부끄러움에 환자를 돌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정말 나는 의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하루 종일 ㅇ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나마 이 정도는 약과인지도 모른다. 지난해에 다른 남자 전공의 한 명은 중환자실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한 욕과 함께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잇단 폭행과 폭언에 소아과 전공의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면서, ㄱ교수는 과장직에서 물러났다.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사과와 약속은 몇 달이 가지 않았다. 올들어 ㄱ교수의 폭언과 폭행은 다시 시작됐고, ‘맞으면서 배우는’ 전공의도 당연히 다시 생겨났다. 최근에도 폭언을 들은 전공의 한 사람은 병원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러자 뒤늦게 병원 쪽이 문제 교수에게 수련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ㄱ교수는 아무런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소아과 전공의들은 전국 병원 전공의들의 모임인 전공의협의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ㅇ씨 등 이 병원 전공의들은 병원 쪽이 ‘병원 폭력’을 근절할 만큼 적절한 조처를 취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얼마 전에 다른 과에서도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한 일이 있었지만, 감봉 3달의 징계 조치를 받았을 뿐이다. 반면 폭행을 문제삼은 피해 전공의는 병원을 그만뒀다. ㅇ씨는 “두렵다”고 했다. 환자를 보는 것도 무섭지만, 폭력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참담하다고 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회진 따라나서면 여성인데도 손가락으로 몸 찌르며 막말
폭력에 익숙해지는 자신이 슬퍼 그렇지만 회진이 시작됐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회진은 환자들의 상태를 교수에게 보고하고 여러 처치를 지시받는 자리다. 하지만 교수의 폭언은 환자를 앞에 두고도 터져나온다. 이날도 역시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ㅇ씨의 자존심은 무참히 구겨졌다. “머저리 같은….” ㄱ교수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여성인 ㅇ씨의 몸을 손가락으로 찔러대며 막말을 내뱉었다. ㅇ씨는 ‘환자나 보호자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하는 부끄러움에 환자를 돌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정말 나는 의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하루 종일 ㅇ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나마 이 정도는 약과인지도 모른다. 지난해에 다른 남자 전공의 한 명은 중환자실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한 욕과 함께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잇단 폭행과 폭언에 소아과 전공의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면서, ㄱ교수는 과장직에서 물러났다.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사과와 약속은 몇 달이 가지 않았다. 올들어 ㄱ교수의 폭언과 폭행은 다시 시작됐고, ‘맞으면서 배우는’ 전공의도 당연히 다시 생겨났다. 최근에도 폭언을 들은 전공의 한 사람은 병원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러자 뒤늦게 병원 쪽이 문제 교수에게 수련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ㄱ교수는 아무런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소아과 전공의들은 전국 병원 전공의들의 모임인 전공의협의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ㅇ씨 등 이 병원 전공의들은 병원 쪽이 ‘병원 폭력’을 근절할 만큼 적절한 조처를 취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얼마 전에 다른 과에서도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한 일이 있었지만, 감봉 3달의 징계 조치를 받았을 뿐이다. 반면 폭행을 문제삼은 피해 전공의는 병원을 그만뒀다. ㅇ씨는 “두렵다”고 했다. 환자를 보는 것도 무섭지만, 폭력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참담하다고 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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