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의 건강이야기
나폴레옹 3세는 가축에 전염병이 돈 뒤 점점 귀해지고 비싸진 버터의 대용품을 만들기 위해 1869년에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에 프랑스의 화학자 마주무레는 마가린을 개발해 나폴레옹의 요구에 부응했다.
마가린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진주인데, 색깔이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그 뒤 미국에 도입돼 1871년 뉴욕의 한 회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공 버터라는 이름으로 마가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탄생한 마가린은 동물성 지방으로 만드는 버터가 심장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포화 지방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소비자들은 고소한 버터 맛을 포기하고 식물성 지방을 원료로 한 마가린으로 바꿔나갔다.
특히 학력이 높고 부자인 사람들이 먼저 소비 행태를 바꿨다. 판매량이 줄어 위기에 처한 버터 생산업자들은 마가린에 버터와 유사한 색을 내는 색소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마가린 제조업을 면허제로 바꾸도록 의회에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이키지는 못했다. 이때만 해도 마가린이 버터를 누르고 영원히 승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버터보다 해가 덜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마가린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을 분노에 빠뜨린 일이 벌어졌다.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딱딱하게 만든 마가린이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가린과 버터가 인체 위해성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버터와 마가린의 시소게임’이라 불렀다.
트랜스지방은 암과 심장병 발생위험을 높이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노화를 촉진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또 몸 속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높이는 인체에 가장 나쁜 지방이다. 전문가들은 붉은색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에 대해선 섭취를 줄이라는 정도로 말하지만, 트랜스지방은 아예 피하라고 조언한다. 백해무익하다는 의미다.
최근 마가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가린 업계는 트랜스지방을 획기적으로 줄인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의 높아진 의식을 외면하다가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지난 주 미국 뉴욕시 보건당국은 식당에서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시켰다. 2008년 7월 이후엔 뉴욕시의 모든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이 사라질 예정이다. 트랜스지방의 대명사였던 마가린을 미국에서 처음 생산한 뉴욕시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이제 트랜스지방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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