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자들에 막상 요청하니 모두 “못하겠다”
40대 급성 백혈병 환자 외국서 수소문 눈물
40대 급성 백혈병 환자 외국서 수소문 눈물
“골수를 이식받아야 살 수 있다는데요, 골수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거부하니 어떡해야 하나요?”
조아무개(47·서울시 장안동)씨는 올해 8월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형제나 친척 가운데 골수 기증자를 찾았으나, 모두 유전자 조건이 맞지 않았다. 수소문한 끝에 한국조혈모세포협회 등을 통해 골수 기증 서약자 가운데 자신과 유전자 조건이 맞는 사람이 17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애초 골수 기증을 약속한 이들은 기증 요청에 하나같이 못하겠다고 밝혀왔다.
처음에 좋은 뜻으로 서약했으나, 막상 온몸을 마취한 뒤 바늘로 엉덩이쪽 뼈를 찔러 골수를 채취한다는 이야기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듯했다. 전신 마취나 감염 때문에 이식 수술 중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도 결심을 막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결국 조씨는 국내에서 골수를 기증받는 것을 포기하고, 대만이나 미국 등에서 기증받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이처럼 골수 기증을 서약했다가도 막상 기증 요청을 받고 거부하는 비율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고 미국,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 구하려면 비용이 많게는 5배까지 든다”며 “기증 서약자 확보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에게 골수 이식의 가치와 환자들의 절박함, 이식 과정의 안전성 등을 충분히 교육하는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공인식 복지부 암관리팀 사무관은 “기증자를 모집하면서 골수 채취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모집 뒤에는 정기적인 홍보로 실제 기증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부터는 골수 등 생체를 기증하는 직장인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병원 입원비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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