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OECD 국가의 항생제 사용량 비교
2003~2004년 사용량 조사 1000명당 23~24명 복용
OECD 16개국 중 6위 의원 사용량 77% “단순감기 사용 말아야” 지적
OECD 16개국 중 6위 의원 사용량 77% “단순감기 사용 말아야” 지적
‘하루 용량 방식’으로 이뤄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이번 조사·분석 결과를 보면, 항생제 처방률이 조사 기간 감소했음에도 복용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의 등장 가능성을 높여, 정작 필요할 때 약효를 볼 수 없게 만든다.
항생제 복용량은 되레 증가=이번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우리나라의 전체 항생제 사용량을 보면, 2003년에는 인구 1000명당 23명이 날마다 항생제의 하루 용량을 먹은 것으로 환산됐으며, 2004년에는 24명 가량으로 계산됐다. 그동안의 처방률 조사·연구에선 항생제 처방률이 2003년 31.9%에서 2004년 30.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항생제 복용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하루 용량(DDD) 방식’으로 항생제 사용량 자료를 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열여섯 나라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은 수치다. 회원국 평균은 21명 가량으로, 영국과 덴마크는 각각 14.7명, 15명이고 스웨덴은 16.3명이다. 항생제 사용이 가장 적은 독일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13.1명이었다.
의원급, 항생제 처방 남발의 주범=의료기관 종류별 항생제 사용량 분석에서는, ‘의원 외래’ 부문이 2003년 기준으로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77%를 차지했다. 하루 용량 방식에 따른 의원의 항생제 처방량은 전체 23명 가운데 17.86명으로, 종합병원 1.86명, 대학병원 등 종합전문병원의 1.38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의원은 한 번 진료에 항생제를 평균 36.8%나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정성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비해 종합전문병원의 진료당 항생제 처방률은 14.8%, 종합병원은 19.8%, 병원은 22.3%, 치과는 19.0%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과목별로는 내과가 8.05명으로 전체 23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등이 각각 3.79명, 3.47명 순이었다.
전국 단위가 아닌 지역별로 ‘하루 용량 방식’으로 따로 계산해보면, 2003년 현재 광주시와 대전시가 각각 29.2명, 24.9명으로 높았다. 반면, 경상도와 강원도는 20.0명, 18.4명으로 다른 지역에 견줘 항생제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남용은 ‘백약 무효’ 초래=항생제 오남용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를 써도 효과가 없는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등이 전국 16개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2004년 7월부터 4개월간, 2005년 6월부터 다시 6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의 혈액과 오줌에서 나온 황색포도구균 중 메티실린 내성균은 2004년 62%에서 2005년에 69%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균에 감염돼, 항생제를 써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패혈증 등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2005년 조사에선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장구균도 14.8%나 나왔다.
반면 최근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유럽의 메티실린 내성균 비율은 가장 높은 곳이 46%대다. 스페인의 경우 27.2%, 독일은 21.2%이며, 항생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덴마크는 1.7%에 불과하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률은 항생제 오남용 정도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단순 감기 등에는 항생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 오남용 정도가 매우 심하고, 이에 따라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피해는 항생제를 먹은 사람을 포함해 누구나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의료기관 종류별 항생제 사용량
반면 최근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유럽의 메티실린 내성균 비율은 가장 높은 곳이 46%대다. 스페인의 경우 27.2%, 독일은 21.2%이며, 항생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덴마크는 1.7%에 불과하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률은 항생제 오남용 정도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단순 감기 등에는 항생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 오남용 정도가 매우 심하고, 이에 따라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피해는 항생제를 먹은 사람을 포함해 누구나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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