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의 수술실 장면. 질병의 중증도 등을 고려해 의료기관별로 수술 뒤 사망률이 나오면 병·의원 선택에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간색전술’ 10명중 4명 사망 최다
내시경담낭·간부분절제술 뒤이어
내시경담낭·간부분절제술 뒤이어
건강공단, 103만여명 조사
질병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수술을 받는 게 좋은지, 또 어떤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해야 하는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각 병원이나 의사의 수술 성공률이나 수술 뒤 합병증 발생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자료나 정보가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공단)은 얼마 전 우리나라 병·의원에서 수술 받으면 얼마나 사망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국내 처음으로 발표했다. 2004년에 우리나라 병·의원에서 충수절제술(급성맹장염 수술), 뇌종양 수술 등을 비롯한 31가지 수술을 받은 103만7907명을 2005년 말까지 추적한 결과다. 다만 이 조사는 환자의 나이, 질병의 중증도 등을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간색전술, 10명에 4명은 1년 안 사망=2004년 수술 받은 103만여명 가운데 2만3172명이 2005년 말까지 사망해 사망률은 2.23%로 나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4년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506.9명이다.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비교했을 때 수술받은 사람이 보통 인구에 비해 5배 정도 더 많이 숨진 셈이다. 특히 간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간색전술을 받은 사람의 43.7%가, 담낭염이나 담석 등 치료를 위한 내시경담낭술은 18.7%가 평균 1년 안에 사망했다. 간색전술 뒤 1년 안에 10명 중 4명이 숨진 것은 보통 인구의 100배에 육박한다.
또 간 질환이 있어 받는 간부분절제술은 17.6%, 뇌종양 수술은 16.4%, 위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위절제술은 12.3% 등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처럼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 수술들은 수술로 이어진 질환 자체가 위중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술 뒤 1년 이내 사망률을 의료기관별로 보면 의원은 1.1%, 병원은 0.8%, 종합병원은 3.9%로 나왔다. 충수절제술과 같은 수술에서도 종합병원은 0.7%, 병원은 0.4%, 의원은 0.3%로 차이가 있었다. 언뜻 보면 종합병원의 사망률이 가장 높지만 같은 질환이라도 중증 환자가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뇌종양 수술은 종합병원의 사망률이 16.4%로 가장 높았지만, 병·의원에서는 환자가 극히 적어서 통계적인 의미가 없었다.
김기영 건강보험연구원 국민의료비센터부장은 “수술의 중증도 자체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를 감안하면, 개별 의료기관의 수술 사망률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로도 병·의원이나 종합병원 사이에 수술 건수 차이가 작은 치핵수술(치질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은 수술 뒤 사망률 비교가 일부 가능하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의원급에서 수술 건수 16만여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망률은 2.5%로, 병원급의 수술 1만7천여건, 사망률 2.4%와 거의 비슷했다. 종합병원급의 수술 3만5천여건, 사망률 3.0%보다는 낮았다. 물론 중증도 보정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수술 건수가 충분히 많은 것으로 이는 일부 보정되며, 이는 일부 전문의원의 수술 성공률이 높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연구의 한계와 의미=이번 연구의 한계는 질병의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한 점과, 보통 인구와의 비교 및 나이대별 비교가 없다는 점이다. 수술을 받은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사망률을 직접 비교하지 못한 점도 역시 한계다. 김기영 의료비센터부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수술 뒤 교통사고나 자살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것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꼭 해당 질병이나 수술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이런 한계점을 고려하더라도 중증 질환이 있었을 때 수술을 받아도 이 정도의 사망률을 보인다는 정보는 그 자체로 환자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에도 이번 연구 자료는 앞으로 의료기관별 수술 사망률 비교 등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증도 등이 반영돼 분석되면 의료기관별 또는 의사별 수술 사망률의 차이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2004년 수술 뒤 2005년말까지 사망한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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