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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의료계 반대한 ‘임상의료지침’ 등 없던 일로

등록 2007-05-10 16:36

대한의사협회 등 네 의료인단체가 지난 3월21일 집단 휴진하고 정부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 범의료계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한의사협회 등 네 의료인단체가 지난 3월21일 집단 휴진하고 정부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 범의료계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로비의혹’ 의료법 개정안 어떻게 수정됐나
‘비급여 진료 할인’ 삭제 등 의료계 유리하게 수정…시민단체 요구는 거의 무시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 발언과 관련해 의료법 전면 개정안의 내용이 수정된 데 의혹이 쏠리고 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을 보면 의료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된 반면, 의료의 상업화 조항을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무시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의료계가 문제를 삼았던 임상진료지침 제정이나 비급여 진료의 할인 및 면제 등 조항은 수정되거나 아예 삭제됐다.

‘임상진료지침 제정’ 삭제=최아무개(32·여)씨는 감기 때문에 종종 회사나 집 근처 병·의원을 찾는다. 크게 다른 증상이 없이 두통, 콧물, 기침 등이 나는데, 한 곳은 항생제를 쓰기도 하고, 다른 한 곳은 주사제를 처방하기도 했다. 최씨는 “한 쪽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라고 써 있고, 다른 쪽 의사는 내과 의사이어서 처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증상이라도 의사마다 처방이 다른 것에 왠지 치료에 대해 신뢰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와 같이 감기의 처방까지 정하는 수준이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병·의원마다 치료 행태가 다른 것에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임상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는 의료계에서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의협 등은 “이런 진료지침을 통해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규제하고 향후 진료비 심사기준이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의료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해당 조항을 “법에 규정을 신설하는 데 의료계의 우려가 컸다”며 삭제한다고 밝혔다.

‘허위진료기록 금지’도 변경=환자 진료에 있어 기본이며,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증거인 진료기록 관련 조항도 수정됐다. 변경 전 해당 조항 내용은 허위진료기록부 작성 금지였으나, 수정안에는 의료계 요구를 받아들여 ‘허위’라는 말 대신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로 변경했다.


복지부는 “허위와 착오를 구별하기 어려워, 잘못 기록한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증거가 되는 진료기록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피해자 쪽이 의료진의 고의성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으로 의료계 편을 복지부가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진료의 할인·면제’ 삭제=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는 △성형수술 등 의학적 필요성보다는 미용 등 다른 목적으로 이뤄지는 시술과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 상 미처 적용 대상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으로 나뉜다. 애초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런 비급여 진료비의 경우 할인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최종안에선 사라졌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낮추려 과도한 경쟁을 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 조항의 삭제를 주장해왔다.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그나마 환자들이 가격 하락의 이익이라도 누릴 수 있었던 조항마저 의료계 요구로 삭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비는 비단 의협뿐?’=최근 ‘약정회’를 폐지하기는 했지만, 약사단체 역시 유사한 활동을 벌여왔고, 치과의사나 한의사 단체도 마찬가지로 의료법 등 관련한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창구 의료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의협을 비롯한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한의사협회 같은 곳에서 로비를 해왔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기관과 비급여진료에 대한 가격계약을 허용해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이런 배경에는 민간보험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강립 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의료법이 수정된 것은 의사협회의 로비에 의한 것은 아니었으며, 의료법 개정의 근본 정신을 수정하지 않는 수준에서 의료계와의 갈등 요소를 정리해 신속한 입법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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