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엠(AM) 라디오 방송을 위한 송신탑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견줘 갑절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미나 단국대 의대 교수팀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으로 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역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그동안 극저주파인 고압선이 암의 한 원인이라는 연구는 많았지만, 방송파 등 고주파와 암의 관련성을 다룬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었다.
하 교수팀의 연구는 1993~99년 우리나라 전국 대학병원에서 백혈병이나 뇌종양으로 진단된 15살 이하 2884명과 이들과 나이, 성이 같으면서 호흡기계 질환으로 진단된 3082명을 비교해 이뤄졌다. 연구·분석 결과 송신탑 반지름 2㎞ 이내에 사는 아이들의 백혈병 발생은 20㎞ 이상 떨어져 사는 아이들보다 2.2배 많았다. 또 전자파 노출량이 많아지면 백혈병 발생률도 커지는 경향을 드러냈다. 반면 뇌종양이나 다른 종양의 발병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전국 109개 송신탑 가운데 20㎾ 이상의 고주파를 방출하는 31개 주변 거주지에서 송신탑으로부터 사람이 받는 전자파를 측정했다.
하 교수는 22일 “세계적인 연구에서도 고압선의 극저주파와 백혈병의 관련성은 꽤 입증되고 있지만, 방송파인 고주파와 암의 관련성은 논란거리였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백혈병과 방송파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앞으로 심층적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아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살았는지를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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