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성분만 처방하고 약사가 약 선택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약 이름이 아닌 약의 성분을 처방하는 이른바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와 같은 의사들의 총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들은 약 성분 이름만 처방하고 약사들이 해당 성분으로 만든 여러 제약회사의 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환자들에게 조제해 주는 방식이다. 의사들이 제품 이름을 직접 처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약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이 제도의 시범실시 계획을 공표한 뒤,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 도입 저지’를 최대 현안으로 보고 정·관계를 상대로 다각적인 ‘저지 노력’을 펴왔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3일 ‘9월 시범사업 실시 계획’을 재확인하자, 주수호 의협 회장 등 임원진은 지난 20일부터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인 국립의료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데 이어, 오는 31일 오후에는 전국의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을 하기로 했다. 의협은 “정부 방침대로 9월에 시범사업이 강행되면 집단 휴진 규모를 확대하고, 중소 병·의원뿐만 아니라 대형 병원 의사들까지 참가하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국민건강을 포기하겠다는 처사”라며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시범사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국립의료원의 시범사업에선 소염진통제, 소화제, 제산제 등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약품부터 성분명 처방을 해 나갈 예정이며, 정확한 시행일은 다음주 초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창현 복지부 의약품정책팀 사무관은 “성분명 처방을 통해 환자들은 약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고 건강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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