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처리와 관련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안이 지난 29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이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의료사고 피해구제 방안을 놓고 의료계, 환자단체 및 시민단체, 정부 부처 사이에 치열한 의견 다툼이 있어 국회에 상정된 법안들이 매번 계류된 채 통과되지 않은 바 있다.
이번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내용을 보면, 그동안 피해를 입었다고 여긴 환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해야 했던 것을 의료진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했다. 또 의료진의 가벼운 과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는 특례조항도 포함됐다. 아울러 의료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보험을 운영하고,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에 의료인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7개 단체가 모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30일 “그동안 의료사고로 환자 및 보호자는 이중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해왔다”며 “논란이 돼 왔던 입증책임의 전환, 의료진의 형사처벌 특례조항, 보험 운영 등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를 적절히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내용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의료사고 피해자는 신속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고, 의료진들에게는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법안은 모든 쟁점에서 100% 시민단체 안”이라며 “입증 책임 전환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있어 모든 의사를 ‘범법자’로 규정한 셈”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또 “혹시 생길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들은 앞으로 환자 진료에 있어 방어진료 또는 소극적인 진료만 하게 될 것”이라며 “사고 위험이 많은 산부인과나 외과, 흉부외과 등 외과 계열의 전공 기피 현상도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벌 특례조항도 쟁점이다. 이번 법안은 명백한 과실이나 고의가 아닌 가벼운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의료인을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에서는 그동안 “의사에게만 처벌 특례조항을 두는 것은 다른 전문직 및 직업군들과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때문에 법안이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 계류되거나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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