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반대’ 집단휴진…환자 큰 불편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시행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31일 오후 시·군·구 의사회 별로 열린 ‘성분명 처방 반대 비상총회’에 참여하며 집단으로 휴진해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휴진에 전국적으로 60~70%의 개원의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심한 두통으로 이날 오후 동네의원을 찾은 김아무개(58·서울 구로구)씨는 “의원 문이 닫혀 있어, 의원 네 군데를 돌고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휴진이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의원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서울 마포구 ㅇ약국 등 약국들에서는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비상총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환자들의 불편은 죄송한 일이지만, 성분명 처방 제도가 환자들의 건강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집단휴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철회할 때까지 의사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집단 휴폐업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거부 투쟁까지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다음달 8~9일 지역·직역 단위 워크숍을 열어 앞으로의 투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의협 지도부는 곧 국공립 병원장들과 만나 시범사업 반대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의협의 한 간부는 “의협의 강경투쟁은 노무현 정부가 시행한 여러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성분명 처방이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임기 말에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사무국장은 “환자들의 건강이 염려돼 성분명 처방을 반대한다는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으로 환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며 “의사들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평가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의 성분만을 처방하면 약사가 해당 성분의 여러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 조제하는 제도로, 다음달 17일부터 국립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