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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병원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병이 나을까요?”

등록 2007-11-22 19:56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펴낸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
처방전 왜 한장만 주나? 진료비 계산 맞나?
환자도 의료진도 잘 모르는 ‘불편한 진실’
“올바른 치료받을 권리 제도적 뒷받침을”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료받은 뒤 내는 진료비가 제대로 계산됐는지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또 처방전을 가지고 있으면 처방된 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다른 의료진에게 들을 수도 있지만, 처방전을 두 장 주도록 한 법도 어기면서 왜 의원에서는 한 장만 주는 지에 대해서 따질만한 환자도 거의 없다.

이런 현실에서 과거 백혈병을 앓으면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는 등 중병 환자 생활을 했고, 현재 5년째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권리 찾기 활동을 하고 있는 강주성(사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가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라는 책을 펴냈다. 그동안 여러 병원의 명의에 대한 소개나 질병들에 대한 건강정보, 환자들의 투병기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지만, 병원 체계에 맞서 환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책은 처음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
김명희 을지의대 교수는 “이 책은 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장차 환자가 될 수 있는 누구나가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과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21일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실에서 강주성 공동대표를 만났다.

“환자들 개개인의 힘으로는 병원에서 자신에게 한 진료의 내용조차 거의 알 수 없어요. 그냥 앉아 있으면 자신에게 불리하게 벌어진 일에 대해 아무 말도 못 꺼내보는 것이죠. 하지만 환자들이 힘을 합치면 제도적인 변화도 일으키고 권리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강 대표는 이 책에서 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병원이 말해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 역시 1999년 백혈병을 진단받은 뒤 한 알에 2만원이 넘는 항암제의 약값을 낮추기 위해 다른 환자들과 함께 제약회사와 싸웠고, 백혈병 환자들이 직접 생명줄인 피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만 하는 행태를 바꾸기 위해 병원들과 싸웠던 경험이 있다. 또 원하지도 않았던 특진비(선택진료비)를 청구받고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확인 요청해 청구된 진료비 1천여만원 가운데 6백여만원을 돌려받은 적도 있다.

“병원 신세를 지면서 진료비 걱정으로 질병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환자들 모르게 선택진료비다 병원 물품비다 해서 필요 없는 부담까지 지우게 만들었습니다. 그 돈이면 환자나 가족들이 훨씬 고생을 덜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 때문에 그는 무엇보다도 진료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생각되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하도록 권한다. 실제 백혈병환우회가 지난해 진료비 확인요청을 한 결과 한 환자당 최고 2천만원대까지 진료비를 돌려받도록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건강보험 혜택이 되는 진료조차 비보험으로 환자에게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엔 ‘진료비 바로알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종합병원을 이용할 때는 선택진료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라고 그는 권고했다. 특히 선택진료 신청서를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많은 병원에서 환자가 진료받고 싶었던 의사 외에 피 검사나 간단한 처지, 방사선 치료 등에 대해서도 함께 선택진료를 받도록 신청서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진료비와 관련해 이밖에도 입원료에 포함된 병원 물품비를 환자에게 청구한 사례 등도 쓰여 있다.

이 책에서는 항생제와 주사제와 같이 남용되는 약에 대해 환자들 입장에서 본 해설도 들어있다. 강 대표는 환자들이 이를 즐겨 찾게 된 것도 과거 의료진의 처방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항생제 남용으로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 세균이 생겨 감염되면 항생제를 먹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어떤 약도 듣지 않는다”며 약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책은 이와 함께 응급실 이용법, 수술받을 때 환자들이 할 일, 우리 동네 좋은 약국 찾는 법 등도 담고 있다.

강 대표는 “하지만 환자들이 아무리 많이 알아도 결국 병원이나 의사보다 많이 알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도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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