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험 단일 체계로 방만경영 이어져”
건보 노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고발
건보 노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고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나 영향력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를 적극 추진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반대하는 건강보험공단이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조인 사회보험노동조합은 최근 의사협회가 발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결산서 분석’ 자료가 건보공단에 대한 왜곡과 악의에 찬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의사협회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혐의로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또 건강공단쪽도 “(의협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27일 건강공단에 대한 결산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 건강공단 직원의 급여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보다 1.6배 가까이 높게 책정돼 있고 잉여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매우 소폭이어서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또 “이는 현재 건강보험이 단일체계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며, 의료기관이 여러 보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1999년에는 일부 의사들 이름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를 꼭 해야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가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후보들에게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건보공단과 계약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생겨 건강보험 영역은 줄어들게 된다.
사회보험노조는 “2000년 통합공단 출범 때 전체 직원의 34%인 5300여명을 단계적으로 줄였다”며 “지난 5년 동안 1.5% (인력)만을 감축했다는 의협의 얘기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현재 건강공단은 6급 초임 연봉이 2420만원이며, 공단 직원의 평균 연봉은 35개 공공기관 가운데 32위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환 노조 선전국장은 “의협의 주장대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간보험 등이 활성화되면, 의사들의 빈익빈 부익부도 심해져 대다수의 의사들은 더 불행해 질 것”이라며 “건보공단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을 하기보다는 국민들이 더 건강해지고 의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건강보험으로부터 벗어나 의료를 상업화하려는 의료인들의 욕구 때문에 건보공단에 대한 비난이 계속돼 왔다”며 “의협이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건보공단에 대한 비난을 통해 건보공단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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