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제약사 합의못해…협상제 실효성 논란속 복지부 조정 남아
새 백혈병 치료제인 스프라이셀의 약값 결정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 사이의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 지출액을 줄이려 건강공단과 제약업체가 직접 가격 협상을 벌이도록 한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공단은 15일 “백혈병 치료제인 스프라이셀의 값을 놓고 제조사인 한국비엠에스(BMS)와 60일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시한인 14일 자정까지도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이 약의 보험 적용 여부와 값 결정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건강공단은 제약회사가 제시한 가격보다 20% 가까이 내릴 것을 주장했으나, 한국비엠에스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프라이셀은 한 알에 7만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환자들은 물론 건강공단의 주요한 가격 인하 대상 약품이었다.
그동안 신약의 값은 미국, 일본 등 선진 7개국의 약값을 참고로 일정 기준에 따라 결정했으나, 지난해부터 건강공단과 제약업체가 협상을 통해 약값을 결정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스프라이셀 이전에도 몇 차례 협상 사례가 있었으나, 해당 약품의 판매량도 많지 않고 건강공단과 업체 사이의 견해차도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약에 대한 건강공단과 제약업체의 본격적인 가격 협상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제약업체로서는 건강공단과의 협상이 결렬돼도 복지부의 조정 절차를 남기고 있어, 건강공단의 약값 인하 요구에 응할 동기가 별로 없다”며 “복지부의 조정위원회가 값을 낮추지 못하면 다른 신약들의 가격 결정도 스프라이셀의 전례를 따를 게 확실시 돼, 건강공단의 약값 협상 절차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건강공단 약가협상팀 윤형종 부장은 “협상 과정에서 나온 여러 논의 결과가 복지부의 조정 과정에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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