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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천사 급구’ 애타는 지방병원

등록 2008-01-24 20:49

주요 국가별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
주요 국가별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
간호사 수 선진국의 1/5 수준 그나마 대형병원으로 몰려
환자들 의료서비스질 ‘바닥’ “취약계층 제대로 간호 못받아”
김아무개(57·경기도 오산시)씨는 평소 당뇨를 앓다가 폐렴이 생겨 나흘째 수원의 한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소를 10여마리 키우며 농사를 짓는 남편 송아무개씨는 아내를 돌보느라 축사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송씨는 “아내가 호흡이 가빠지면 불안한 마음에 의사나 간호사를 부르지만, 병원인데도 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기침이 심해지는 밤에는 의료진 보기가 더 힘들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병원 쪽은 “간호사 한 명이 보는 입원 환자가 20명에 이를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의료사고라도 날까봐 월급을 30%씩 올려 간호사 구하기에 공을 들이지만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 중소병원들이 극심한 간호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도시에서도 상당수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국내 병원의 간호사 수는 약 10만명인데, 이는 의료법 기준에 9천명 가량 모자라는 규모다.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간호사 한 명이 입원환자 2.5명을 돌보도록 돼 있지만, 이를 충족하는 중소병원은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김정덕 중소병원협회 사무국장은 “지방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라도 서울의 큰 병원에 자리가 나면 옮겨가 버려,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서울의 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를 크게 확충하면서 간호사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갈수록 서울과 지방, 대형병원과 중소형병원 사이 간호인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삼성서울병원이 600여명, 세브란스병원이 200여명, 서울대병원 100여명, 서울아산병원이 200명 가까이 간호사를 늘렸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올 7월 시행되는 노인요양 보험제도를 위해 간호사 6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간호사가 주축인 보건교사 채용도 더 늘 예정이다.

중소병원협회 쪽은 “1천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1.9명으로 미국·캐나다·영국 등 선진국의 5분의 1에 불과한데다, 그마저 대형병원에만 몰려 있다”며 “의료급여 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을 지방 중소병원들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의료 불평등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의 한 중소병원장은 “간호사도 부족한데, 입원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운데 보호자가 아예 없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의료사고가 날까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환자들의 입원 만족도나 병원 안 감염, 의료사고 등은 의료 인력이 얼마나 적정하냐에 달렸다”며 “병원이 첨단 기기 등 고가 장비만 확충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일 간호 및 간병 인력 확충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간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협의회 정책국장은 “상처와 위생은 물론, 환자의 심리까지 관리하는 간호 활동은 수술 뒤 합병증이나 병원 안 감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질병으로 불안해 하는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산업화시킨다고 신약개발, 바이오 산업 등 신기술 발전에만 역점을 둘 게 아니라,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인력 고용도 크게 늘릴 수 있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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