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약 형태 바람직·가루약은 물에 타서·좌약은 잠들었을 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몸부림치거나 이를 악물어 입을 벌리지 않기도 하며, 삼키지 않고 토해내기도 한다. 김승연 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 어려움이 많다면 의사에게 처방을 받을 때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처방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약을 가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형태는 물약이다. 아이는 어른처럼 알약을 물과 함께 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약까지 먹지 않으려 할 때 부모들이 종종 아이의 코를 잡거나 바닥에 눕히거나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먹이기도 하는데, 이 때 잘못하면 약이 기관지로 넘어갈 수 있다. 드물게 기관지염이나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는 피해야 한다. 물약을 먹일 때는 눈금이 표시된 작은 약병이나 숟가락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 침전이 있는 물약은 먹이기 전에 충분히 흔들어 잘 섞이도록 해야 한다.
꼭 가루 형태로 먹어야 한다면 맹물에 타서 먹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약이 물에 잘 녹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설탕물이나 우유, 주스, 요구르트 등에 타 먹이는 방법을 쓸 수 있으나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약을 영 먹지 않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먹이는 것이 좋다.
아이가 약을 먹은 뒤 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 교수는 “이때 10분 이내에 토했다면 다시 약을 먹여야 하지만 다 토하지 않을 때가 많으므로 약 용량을 조금 줄여서 먹여야 한다”며 “30분~1시간 정도 지나 토하면 약이 이미 흡수됐다고 보고 다시 먹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약이 남았다 하더라도 한번 처방받은 약은 1~2주 가량 지나면 버리는 게 바람직하다.
항문에 넣는 좌약은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하면 좋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항문이 잘 보이게 한 다음 재빨리 넣어주면 된다. 문제는 아이가 움직이면 좌약이 빠져 나오기 쉬우므로, 아이의 사타구니와 엉덩이를 잘 눌러줘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