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병원 조사, 미국 40% 살아서 퇴원 국내는 4.6% 불과
우리나라에선 심장마비 환자 100명 가운데 5명 정도만 살아나는 것으로 조사돼 다른 국가에 비해 그 비율이 매우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환자가 생겨도 응급 치료를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환자나 가족이 해당 증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서길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 전국 23개 병원 연구진이 소방방재청의 협조를 얻어 ‘뇌졸중 및 심근경색 통합 조사 감시 사업’을 실시한 결과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은 4.6%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미국의 경우 심장마비가 생긴 사람 가운데 40%가 살아서 퇴원하는 등 다른 나라의 생존율이 15% 이상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것이다.
아울러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거나 마비가 일어나는 증상이 생긴 뒤 3시간 안에 응급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조사 대상의 3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졸중 증상이 생긴 뒤 1시간 안에 119 구급차를 부른 경우는 50.3%에 그쳤고, 다른 병원을 거치면서 시간을 지체한 경우도 40.3%나 됐다. 이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등 중증장애가 남은 사람들이 27.9%로 매우 높게 조사됐다.
응급실 도착 뒤에도 심근경색 환자의 6.0%, 뇌졸중 환자의 2.0%만이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졌을 때 3시간 안에 치료를 받으면 심각한 장애를 크게 줄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황승식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팀 책임연구원은 “선진 외국 수준으로 우리 생존율을 높이려면 병원에 가기 전 단계와 병원 안 응급의료 서비스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환자나 가족들도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거나 몸의 마비, 언어 장애가 나타나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평소 고혈압, 당뇨 등 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응급의료정보센터(국번 없이 1339)의 도움을 받으면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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