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경련 등과 함께 심한 두통이 생긴 아이가 엠아르아이 검사를 받고 있다. 잦은 두통이라도 대부분 단순한 두통일 가능성이 크므로, 의료진이 권고하지 않으면 엠아르아이 촬영이나 시티 촬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림대 의료원 제공
뇌영상 검사자 중 소수만 중증
방사선 쐴 우려에다 값도 비싸
심해지거나 구토 등 동반땐 권장
방사선 쐴 우려에다 값도 비싸
심해지거나 구토 등 동반땐 권장
아이들이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칭얼대거나 울음을 터트릴 때 ‘뇌종양’ 같은 큰 질병을 의심하는 부모들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종종 이런 사례가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영향이다. 때문에 의료진이 권장하지 않는데도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 단층 촬영(MRI) 같은 값비싼 뇌영상 검사를 요구하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검사를 받더라도 거의 대부분 정상이거나 가벼운 질환으로 진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시티 등을 찍으면서 강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 두통 잦아도 중증 질환은 적어=이건희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교수팀이 2004년 1월~2006년 6월 잦은 두통 때문에 이 병원을 찾은 15살 이하 311명의 진단 결과를 분석한 결과, 2.4%만이 지속적·집중적인 관찰이나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또 시티, 엠아르아이 등 뇌영상 검사를 받은 164명(53%) 가운데 115명(70%)은 정상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대한두통학회지>에 발표됐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두통이 있다고 해도 극히 일부만 뇌종양, 뇌출혈 등 중증 질환”이라며 “대부분은 가벼운 질환이거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많은 부모들이 우려하는 뇌종양은 인구 10만명당 3~5명꼴로 걸리는 질환이다. 또 뇌종양 환자의 60%만 진단 당시에 두통을 가지고 있으며, 10명 가운데 1명꼴로만 두통이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뇌종양이 생겼다고 해도 두통이 주된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두통이 있다고 해서 뇌종양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 방사선 노출에도 주의를=시티 검사는 빠른 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오고 뇌 조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면서 엠아르아이보다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방사선 촬영보다 열 배~몇십 배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또 조영제를 쓸 때면 일부 사람에겐 과민반응이 나타나 검사 자체가 어렵거나 심하면 호흡 곤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엠아르아이 검사는 뇌 조직까지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50만~100만원 가량으로 비싸고 검사 시간도 길다. 때문에 의사의 진찰, 신체 검진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정난 상태가 아니면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두통이 갑작스레 심하게 나타나거나, 통증이 점차 심해지는 ‘만성 진행 두통’은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머리 뒤쪽이 아프거나 구토, 경련, 시각 장애, 성격 변화, 음식을 갑자기 잘 삼키지 못할 때 등 다른 신경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 일정 부위에서 일정 기간 동안 자주 일어날 때나 밤에 두통이 심해 잠을 깰 때도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정재준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두통이 3주 이상 계속되거나 약을 먹어도 전혀 효과가 없을 때도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개선도 두통 치료에 효과=소아나 청소년의 두통은 매우 흔하다. 유치원 다니는 나이에서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초등학교 시기에는 절반 가량이 두통을 경험한다. 통증이 매우 심한 편인 편두통은 초등학생의 약 3%, 중학생의 약 7%가 겪는 다고 조사된 바 있다. 소아나 청소년의 두통은 어른과는 달리 심하지는 않은데, 복통·구토·어지럼증을 함께 겪을 때도 종종 있다.
아이들에게 흔한 두통은 대개 저절로 좋아진다. 다만 편두통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생활습관 개선도 좋은 치료법이다. 우선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물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콜릿·카페인이 든 음료 등은 되도록 피하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명상을 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푸는 것도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아이들에게 뇌영상 검사가 필요한 경우>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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