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감염 과잉공포도 ‘방역’하라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오해와 진실
서울 한복판에서도 꿩 등이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지역 근처에 있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혹시 감염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지난 7일까지 서울 광진구 보건소 ‘조류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상담창구’에는 28명이 전화하거나 방문해 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광진구 보건소에 증상을 호소해 상담했던 5명 모두 역학적 관련성이 없었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감염된 닭·오리 등을 되도록 접촉하지 말라고 밝혔다.
■ 우리나라에선 조류 인플루엔자 환자 아직 없어 지난달 하순 한 사병이 전북 지역에서 오리·닭 등의 살처분 작업을 하다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됐다. 하지만 지난 7일 드러난 최종 결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보였던 고열·기침 같은 증상은 사람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세균성 폐렴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발표했다. 그는 지금 건강한 상태로 격리 조처도 해제됐다.
2004년에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지역에서 닭·오리 등의 살처분에 관여했던 축산 농민 여러 명이 아무런 증상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 감염 흔적이 남았던 적이 있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가 아직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과도 조류 인플루엔자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과 예방법이 밝혀져 있으며, 완전하지는 않지만 치료제도 있다.
■ “어린이 대공원 갔어도 감염 가능성 거의 없어” 광진구 보건소에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된다며 상담한 이들은 주로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간 이들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조류 인플루엔자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장소와 1㎞ 이상 떨어진 어린이 대공원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발생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악수하는 등 접촉해도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주변에 흔한 비둘기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전염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도 지나친 걱정이라고 보건 당국은 지적한다. 비둘기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저항성이 강해 쉽게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전세계적으로 비둘기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사람에게 전파한 적은 없다.
■ 그래도 닭·오리 등과 접촉하지 않는 게 안전 1997년 홍콩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18명 가운데 6명이 숨지는 등 2006년 7월 기준 세계적으로 229명이 감염돼 그 가운데 131명이 숨졌다.
때문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오리 등과 되도록 접촉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동물원 체험학습실, 학교 사육실 등에서 닭·오리 등과 접촉하지 말고, 야생 조류도 불필요하게 만지지 말아야 한다”며 “닭·오리 등은 충분히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승철 삼성의료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과거의 조류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올해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오리에서는 연중 아무 때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비둘기가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비둘기의 분변은 다른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 등은 더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이 확인된 농장에서 해당 조류와 1m 안에서 접촉한 뒤 1주일쯤 지나 38도 이상의 고열·기침·숨가쁨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보건소 등에 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오해와 진실

지난달 15일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 한 농장에서 AI에 감염되어 살처분을 기다리는 닭들이 닭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오리 등과 되도록 접촉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동물원 체험학습실, 학교 사육실 등에서 닭·오리 등과 접촉하지 말고, 야생 조류도 불필요하게 만지지 말아야 한다”며 “닭·오리 등은 충분히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승철 삼성의료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과거의 조류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올해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오리에서는 연중 아무 때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비둘기가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비둘기의 분변은 다른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 등은 더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이 확인된 농장에서 해당 조류와 1m 안에서 접촉한 뒤 1주일쯤 지나 38도 이상의 고열·기침·숨가쁨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보건소 등에 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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