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도 몰라보는 더위, 피하는 게 상책
[폭염철 건강관리법]
노인 사망률 급증…야외활동 삼가야
젊은층도 ‘열질환’…그늘서 누워 안정
열사병 가장 위험…몸 식히며 응급실
노인 사망률 급증…야외활동 삼가야
젊은층도 ‘열질환’…그늘서 누워 안정
열사병 가장 위험…몸 식히며 응급실
당분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하루 최저기온도 20도를 넘기는 무더위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폭염으로 특히 노인들이 숨지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994년 폭염 기간에 평소에 견줘 65살 이상 노약자 가운데 사망자 증가율은 104%에 이른다”며 “폭염 기간에 특히 노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기온과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심한 일이나 운동을 한다면 젊은이들도 열사병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기온이 높은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 폭염으로 노인들의 뇌졸중·심장질환 발생 가능성 높아져 = 폭염의 위험성은 최근 들어 무더위가 가장 심했던 1994년의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그해 여름 서울의 최고기온은 38.4도에 이를 정도였으며, 하루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도 14일이나 됐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당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노인들에게서 뇌졸중(중풍), 협심증 등 심장·혈관질환과 함께 열사병이 크게 늘었다. 94년 폭염 기간에 평소에 견줘 서울의 전체 사망자 수 증가율은 72.9%였지만 65살 이상에서는 104%에 이르기도 했다.
무더위와 심장질환·사망률 사이의 관련성은 다른 자료에서도 증명된다. 황흥곤 세종병원 심장내과 부장은 “흔히 겨울철에 심장질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2003년부터 5년 동안 세종병원에 입원한 1만1477명의 심장질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과 겨울철의 심장질환 발생에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열대야와 무더위가 심장질환의 위험 요소가 되고, 실제 기온이 32도 이상이면 뇌졸중은 66%,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은 20% 가량 늘어난다는 보고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노인들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외출 등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외출하게 되면 가벼운 옷차림에 챙이 넓은 모자와 마실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폭염 경보 등이 내리면 냉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는 곳에 사는 노인들은 시·군·구청이 알려주는 읍·면·동사무소, 복지관, 경로당과 같은 ‘무더위 쉼터’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국번 없이 119, 1339, 129(휴대전화는 지역번호 포함)로 바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 열사병 위험, 한낮 외부 활동은 누구나 피해야 = 무더위에는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피부에 분포된 혈관이 확장되고, 이 때문에 혈류량이 크게 늘면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 부족에도 시달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낮에 운동하는 등 심한 야외활동을 한다면 열사병 등 열 관련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희철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열 관련 질환으로는 열실신, 열경련 등부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열사병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우선 열실신은 더위 때문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말한다. 시원한 곳에서 누운 자세로 다리를 올려놓고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수액주사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더위 속에서 등산, 운동, 심한 일 등 격렬한 활동 뒤에 주로 종아리, 허벅지 등에 근육 경련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리면서 물만 보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온 음료 등을 마시면서 스트레칭을 하면 좋아진다.
열 관련 질환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열사병이다. 김명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응급의료센터 교수는 “심한 더위로 우리 몸의 체온조절 능력이 깨져 체온이 자꾸 올라가 의식을 잃은 상황이 열사병”이라며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노인이나 비만, 수면 부족, 음주자·약물 복용자, 탈수 상태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며 “열로 쓰러진 환자가 빨리 깨어나지 않고 온몸이 불덩이 같다면 시원한 물 등으로 환자의 몸을 식히면서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때 해열제 등을 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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