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겨우 2700억원 늘어…보험료는 동결키로
올해 2조 흑자…“경제난 서민 고통 경시” 비판
올해 2조 흑자…“경제난 서민 고통 경시” 비판
정부가 올해 말 약 2조원의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예상되는데도 내년도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에는 2700억원 가량만 쓰기로 해, 경제 위기에 시달릴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무척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으나, 노인 장기요양보험료가 소폭 올라 둘을 합친 보험료는 0.7% 가량 오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7일 계동 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경기 침체 등을 반영해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 동결은 2000년 건강보험 제도 시행 이후로 처음이다. 또 일부 진료 항목에 대해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소득계층은 환자 본인 부담 진료비 상한이 1년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내려가고, 소득 50~80% 계층은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희귀난치성 질환도 내년 하반기부터 환자가 내는 돈이 기존 20%에서 10%로 줄어든다. 내년 12월부터 △암 환자 본인 부담 경감 △치아 홈 메우기 보험 적용 △한방물리치료 보험 적용 등도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도 의료계가 받을 진료 수가는 올해보다 평균 2.2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임종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급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나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하는 환자 등의 부담은 늘려, 재정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며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을 추계해 보니, 내년 당기 적자는 3276억원 나지만 내년 말 누적 흑자는 1조6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료 동결 결정은 수긍하면서도,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소폭 늘린 것을 두고는 강하게 비판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올해 거액의 건강보험 흑자를 기록한 것은 병원 밥값이나 어린이 입원료를 인상한데다, 경제 사정 악화로 서민들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찔끔 늘리고는 내년 말 1조6천억원이나 남기겠다는 것은, 서민들의 질병 고통은 경시한 채 재정 안정에만 신경쓴 결과”라고 말했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내년에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평균 보험료를 올해 2700원에서 584원 올려 3284원으로 결정했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