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질병정보 열람 법안’ 9일 의결 가능성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개인의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 사기 등의 조사 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금융위원회가 낸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르면 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공단도 “개인의 질병 정보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비밀이 지켜져야 할 만큼 민감하다”며 “금융위 개정안은 헌법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8일 복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위가 지난달 3일 입법 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주 열린 국무회의에선 금융위와 복지부의 견해가 갈리자 차관회의에서 협의하도록 했으나, 지난 5일 차관회의에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나 복지부의 뜻을 전달했다.
복지부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개인의 질병 정보가 누출되면, 이 때문에 직장·가정 등에서 차별이나 갈등 등 인권침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공단 쪽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의 질병 정보를 제3의 기관이 확인하는 데 동의한 바 없다”며 “보험 사기 조사는 현행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연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개정안은 정부 기관이 ‘국민 인권’을 재벌 민간 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해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건강연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겨 전국 750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응답자 79%는 개인 질병 정보를 타인이 열람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민간 보험사가 보험 사기를 의심하면 질병 정보는 금융위를 거쳐 보험사로 넘어가게 된다”며 “보험사들은 질병 정보를 활용해 고위험집단 보험 가입 제한, 보험금 지급 거부 등으로 이익을 내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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