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인력부족 재평가작업 차질”…연기 움직임
“환자 부담 외면, 제약회사들 압력에 굴복” 비판
“환자 부담 외면, 제약회사들 압력에 굴복” 비판
보건복지가족부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던 ‘가격 재평가를 통한 약값 인하 정책’의 시행 시기를 미루거나 적용 약품 수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환자들의 높은 약값 부담을 줄여 주기보다는 제약회사의 경영 상황을 염두에 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복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약들의 값을 재평가해 낮추는 정책을 지난해 시범 시행한 데 이어 올해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고지혈증 치료제를 재평가해 현재 약값을 낮추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혈압 강하제, 소화기계통의 약품 등 3700여개 품목을 재평가해 약값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재평가 대상 의약품목 수를 줄이고 평가 일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재평가를 담당할 인력으로는 본격적인 재평가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며 “인프라 등을 고려해 대상 의약품의 수와 추진 속도 등은 3월 중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품 재평가 실무를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복지부의 이런 태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한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0일 복지부에 ‘호소문’을 보내 “경제 위기로 제약회사의 경영도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경제가 호전될 때까지 약품 재평가를 통한 목록정비 사업을 일단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자들과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약값 부담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기 힘든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약값 인하를 꺼리는 제약회사들의 압력에 굴복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현옥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정부가 경기 침체로 약값 등 의료비를 마련하기가 더욱 힘들어져 아파도 병원 찾기를 더욱 부담스러워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상호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 정책위원은 “우리나라는 약값이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가운데 30%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대에 견줘 매우 높다”며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는 약값을 낮추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 건강성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국민 의료비 상승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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