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금지 의약품 하룻만에 1122→1082개 ‘석면 혼란’ 키운 식약청

심평원에 40개 줄여 통보 건보적용 중지 목록 올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이 들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1122개 의약품을 판매금지한다고 밝힌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 적용 중지 의약품목’으로는 40개 적은 1082개 품목만을 통보해 환자와 약국, 의료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제약업체들은 ‘석면 든 활석을 쓴 제품을 유통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금지됐다’며 식약청에 이의신청을 하는 등 반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의약품을 병·의원이 처방하거나 약국이 조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1082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071개 의약품은 지난 9일부터 중지했고, 대체 의약품이 없는 11개 품목은 30일 뒤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한다.

구주제약의 구주오플록사신정 등 43개는 판매금지됐으나 건강보험 적용 중지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콜마의 메디비타정 등 3개는 판매금지 목록에는 없었으나 보험 적용이 중지됐다.

식약청은 “제조업체가 석면이 든 활석을 썼다고 식약청에 보고했는데, 품목 허가 서류에는 활석(탤크)을 쓰지 않은 것으로 돼 있어 40개 적은 품목을 심사평가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제약업체가 약품 제조 허가를 식약청에서 받을 때는 활석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가, 실제 약을 만들면서는 활석을 넣고는 이번에 식약청에 활석을 쓴 의약품으로 보고했을 수 있다. 식약청이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조사를 서두르면서 애초 허가 내용과 대조하기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있다.

환자나 약사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약사는 “금지된 의약품이 1천개를 넘어 약사인 내가 봐도 잘 모르겠는데, 소비자들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약국을 찾은 김아무개(54·여)씨는 “식약청이 먹어도 문제없을 것이라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약업체들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인사돌’이 판매금지된 동국제약은 “시중에 유통된 제품에는 문제가 된 덕산약품공업의 활석을 쓰지 않았다”며 이날 식약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한림제약도 현재 유통되는 의약품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연 뒤 ‘제약업계 입장’을 내어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뜻에서 활석 원료를 뺀 신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제약기업들은 정부가 정한 원료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경제적·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정훈 김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