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가톨릭대교구의 한 신부가 맨해튼에 있는 가톨릭학교인 어센션학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국은 감기 증세를 보인 이 학교 학생들 중 아직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AP 연합
멕시코 밖 첫 사망자 발생 충격 휩싸여
WHO “공동체 단위 번질 수 있어” 경고
WHO “공동체 단위 번질 수 있어” 경고
돼지인플루엔자(SI)가 대확산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세계 인구의 용광로인 뉴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은 돼지인플루엔자 확산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드러낸다. 숨진 유아가 미국 시민이 아니고 멕시코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에 온 것이기는 하나, 그런 사실 자체가 중증의 돼지인플루엔자 보균자들이 멕시코 이외 지역으로 이동하며 이를 퍼뜨리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은 멕시코에 준하는 돼지인플루엔자 확산을 우려할 상황이 됐다. 특히 멕시코 접경인 텍사스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돼지인플루엔자가 본격적으로 인근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뉴욕에서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이 확인돼 그 확산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8일(현지시각) 뉴욕 퀸스의 공립학교인 ‘피에스 177’의 학생 12명이 돼지인플루엔자 환자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뉴욕시에서는 애초 퀸스의 가톨릭학교인 성 프랜시스 예비학교의 학생 수백명이 돼지인플루엔자 증세를 보였다. 뉴욕시 보건관리들은 추가적인 의심환자가 발생한 피에스 177 학교 학생 한 명의 형제가 성 프랜시스 예비학교에 다닌다며, 가족들을 통해 돼지인플루엔자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 사무차장은 “뉴욕에서 확인된 환자들 일부가 멕시코를 여행하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돼지인플루엔자를 옮겼다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바이러스가 여러 나라에서 지역 차원의 발생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 차원(community-wide) 감염 가능성은 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대유행 전염병 수준으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다.
돼지인플루엔자는 돼지·조류·사람의 유전자 물질을 모두 갖추어 종 사이의 벽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사람 대 사람의 전염까지 다시 확인돼 그 확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130개 이상의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있으며, 전세계 모든 지역과 교류하는 뉴욕에서 돼지인플루엔자의 사람 대 사람 전염은 전세계 모든 지역으로 이를 확산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국경 통제 등 물리적 차단은 의미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한다. 보건기구는 각 정부가 환자들에게 의료지원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백신 개발이 대확산 차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5월 초나 돼야 백신 개발을 위한 주요 성분을 확보하는데다, 실질적인 백신 주사는 그보다 몇 달 더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루번 도니스 박사는 백신 개발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3분의 1 정도만 왔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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