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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매일같이 8km 걸어서 건강까지

등록 2009-05-12 15:28수정 2009-05-12 16:16

이순우씨
이순우씨
[암을 이긴 사람들] ② 이순우씨의 유방암 투병기
6년 전 3기 진단 수술한 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혁명
주말 농장서 채소 길러 먹고 환우회 활동 마음건강 챙겨
요즘 여성들한테 가장 흔한 암 가운데 하나가 유방암이다. 다행히 유방암은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해 의학적으로 완치를 뜻하는 ‘5년 생존율’이 매우 좋다. 초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이순우(59ㆍ경기 고양시)씨는 6년 전 유방암 3기로 진단됐지만, 항암제 및 수술 치료와 좋은 생활습관 덕분에 현재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자연과 가까운 생활로 암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호수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거의 매일 찾는 주말농장에서는 채소도 가꾸고요.”

그가 유방암 판정을 받은 것은 2003년 가을. 오른쪽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이전에도 몇 달 동안 피곤한 증상이 있어 동네 중소병원을 찾았다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미 3기까지 진행돼 있었다. 이씨는 “처음엔 억울하기도 하고, 죽기 전에 옷가지나 집 정리나 잘하자는 마음이 들어 며칠 동안 집 청소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순우씨
이순우씨
그에게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유방암의 경우 치료가 잘 되고 치료 뒤 생존 가능성도 큰 만큼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다독였다. 기업을 운영하고 있던 남편(61)도 많은 힘을 줬다. 그의 남편은 치료를 받는 동안 매번 이씨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덕분에 이씨는 오른쪽 유방의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었고, 8번의 항암제 치료와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냈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온몸으로 퍼져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말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수술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암이 생긴 쪽 유방 전체를 제거하고 근처 겨드랑이의 림프절까지도 없애는 수술을 했지만, 수술 뒤 유방이 없어 겪는 상실감이나 우울함 등을 고려해 최근에는 최소한만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유방 주변의 림프절에 암세포가 퍼져 있어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씨 역시 수술 뒤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암 치료를 받은 뒤 새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재발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새로 주어진 삶이 좋아서 그동안 해 보지 못했던 주말 농장에서 채소도 가꿔보고, 걷기 운동, 기공 체조 등도 하고 그래요.”


유방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이다. 유방암이 재발한 환자들을 보면 보통 첫 암 치료 뒤 2년 안에 70%가 생긴다. 5년이 지나면 거의 없지만, 간혹 10~20년 만에 재발이 되기도 한다. 강한성 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은 “유방암은 재발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에 좋은 것들은 규칙적인 운동, 야채, 과일이 풍부한 식단, 비만 예방,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등이다. 이씨는 “유방암 앓기 전에는 일주일에 2~3번 먹을 정도로 고추장 삼겹살을 좋아했다”며 “지금도 종종 먹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때처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채소를 많이 먹는 식사 습관으로 바꿨다. 채소도 직접 길러서 먹는다. 운동도 되고,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그 자체가 삶의 큰 힘이 된다고 했다. 3년 전부터 호수공원 근처 주말농장에 5평 정도 되는 밭을 구해, 상추, 부추, 들깨, 파,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등 각종 야채를 심어 기르고 있다. 이런 야채들이 자란 뒤에는, 같은 유방암을 앓았던 환우회원을 모아 야채쌈을 먹기도 한다.

“남들은 주말 농장이지만 저는 거의 매일 와요. 농약을 치지도 않는데 잘 자라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운동은 집에서부터 호수공원까지 걸어나와 호수 공원을 도는 것으로 거의 매일 8㎞ 정도를 걷는다. 걷기를 하다가 주변의 운동시설을 보면 스트레칭이나 근육운동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기공체조로 마음을 다잡는다.

이씨의 일과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환우회 활동이다. 암을 진단받았을 때 죽을 것만 같았던 그 불안을 다른 환자들도 느끼고 있었고, 암의 선배로서 해 줄 것이 많다고 여겨졌다. 이씨는 “암센터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모인 환우회인 ‘민들레’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찾고 그 보람이 나에게도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완치 판정을 받은 이씨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암을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치료 과정에서 고생도 덜 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환우들을 보니 일찍 발견하면 수술 범위도 작고,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도 받지 않거나 훨씬 덜 했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조기 발견”이라고 말했다.

고양/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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