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존사례
23일 오전 10시21분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로도, 김아무개 할머니는 스스로의 힘으로 호흡하며 생명줄을 놓지 않았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호흡기 제거 3시간쯤 뒤인 오후 1시30분 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92%정도로 유지되고 있어 호흡 기능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들고, 혈압 역시 105~80으로 거의 정상 수준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호흡 기능을 스스로 작동하고 있는 김 할머니의 생명은 이날을 넘겨 상당 기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할머니는 이날 낮 12시50분 현재 “눈을 뜬 채로 입을 움찔움찔하고 발도 갑각스레 움직이곤 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의료진은 “김 할머니가 평소엔 자다 깼다를 반복했는데, 오늘은 벌써 3시간 넘게 깨어 있다”고 말했다. 박창일 원장은 “스스로 호흡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30분~1시간정도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환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밝혔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에도 스스로 호흡을 해 오랜 기간 생존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거의 식물인간 상태여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카렌 퀸란은 인공호흡기를 단계적으로 떼어낸 뒤 10년 가까이 생존했다. 김 할머니와 다른 점은, 퀸란의 의료진이 처음에는 4시간가량 인공호흡기를 떼고 다시 연결하는 것을 반복해 점차 스스로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퀸란은 여러 주일에 걸친 노력 끝에 12시간 동안 호흡기를 떼어낼 수 있게 됐으며, 그 뒤 완전히 호흡기를 떼어내고도 10년 남짓 숨을 쉴 수 있었다.
연세의료원 쪽은 “대법원 판결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생명이 유지되는 한 수액 및 영양 공급 등 의료 조처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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